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도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던 한 대행이 이날 마은혁 후보자를 늑장 임명하더니, 돌연 대통령 몫 재판관 2인에 지명권을 행사한 것이다. 한 대행은 도대체 제정신인가.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임시 지위인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그 자체로 위헌이다. 한 대행은 국무총리 신분이어서 국회 탄핵도 정족수가 3분의 2 이상이 아닌 과반이라고 헌재가 판결했다. 트럼프발 관세폭탄과 극심한 내수 위축에 경제·민생이 풍전등화인데, 정작 해서는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는 한 대행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 대행이 지명한 후보자 중 한 명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40년 지기이자 내란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 처장이다. 검사 출신인 이 처장은 12·3 비상계엄 다음날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과 회동하고, 이후엔 멀쩡한 휴대전화까지 바꿨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처가 의혹 관련 소송 대리인으로 활동했고, 법체처장이 된 이후엔 윤석열 정권의 시행령 통치를 뒷받침하는 ‘법꾸라지’ 역할에 충실했다. 헌법과 법률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내란 사건 피의자로 수사받아야 할 인물을 재판관에 앉히겠다니,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한 대행 언행은 최소한의 일관성도 갖추지 못했다.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 임명을 유보하며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정신”이라고 밝힌 게 불과 3개월여 전이다. 재판관 9인 완전체 구성이 시급할 땐 국회 선출 재판관도 임명할 수 없다며 헌재의 윤석열 탄핵심판을 방해하더니, 정작 탄핵심판이 끝나자 청개구리처럼 180도 돌변했다. 한 대행은 “법률가·언론인·사회원로 등 수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숙고한 결과”라고 했는데, 대체 누구의 의견인가. 결국 내란 세력을 헌재에 ‘알박기’ 하기 위해 한 대행이 총대를 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대행에 재판관 지명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인사청문 절차 거부 방침을 밝힌 것은 지당하다. 한 대행이 정국 안정과 협치를 위해 전력을 쏟아도 부족할 판에 주제넘은 재판관 지명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정쟁을 유도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헌법과 법률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한 대행에게 공정한 대선 관리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한 대행은 국민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하지 말고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을 철회하기 바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