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다음주 초 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불 피해 지원이 시급하고 전례 없는 관세 충격으로 우리 산업과 기업의 심각한 피해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통상 대응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와 서민·소상공인 지원에 각각 3조~4조원씩 투입한다는 개략적인 복안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산업과 기업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처리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 침체를 막을 신속·과감한 추경 편성 요구가 빗발쳤지만, 늑장 부려온 장본인이 최 부총리다. 그 결과 추경 효과를 최대한으로 높일 ‘벚꽃 추경’은 이미 물 건너갔다. 10조원 규모 ‘찔끔 추경’으로 통상 리스크, 경기 침체, 산불 대책, 서민·중산층 민생위기를 돌파할지도 의문이다. 성장률은 급전직하하고 물가는 불안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트럼프발 관세폭탄까지 덮친 난국이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추경 규모가 15조~20조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필수 추경’이란 이름을 붙여 10조원 넘으면 정략적이라 버티더니, 그 고집대로 하려고 한다. 복합위기에 쪼그라든 추경은 언 발에 오줌 누기와 다를 게 없다.
경제·민생을 무너뜨린 윤석열표 정책에 입 다물고 동조하다 이 위기 상황을 자초한 게 최상목 경제팀이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17조여원 악화했다. 지난해 30조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여파다. 이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코로나19 팬데믹 후 다시 4%를 넘었다. 그래놓고도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며 세수 펑크를 메우려 ‘환율 안정장치’인 외국환평형기금과 주택도시기금까지 끌어다 썼다. 최 부총리의 위험천만하고 무능한 정책 운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최 부총리에 대한 정책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환율이 오를수록 이익 보는 미국 국채를 매입한 도덕적 해이에 더해, 대통령 권한대행 땐 내란에 동조하는 결정으로 국정 혼란을 키웠다. 최상목 경제팀으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국회가 추경 심의 과정에서, 민생·통상·산불 대책에 충분할 추경으로 증액시켜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나란히 앉아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