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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섞인 진흙

  •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아로새김]오물 섞인 진흙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하여 국가사회의 살을 함부로 후벼 파는 이들이 있다. 멀쩡한 살이 도려내지면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이, 행복이 파괴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천연덕스럽게 국가사회의 살을 후벼 판다. 그것도 어쩌다 한번 그러고 마는 게 아니라 온갖 술수를 동원해 후벼 파고 또 후벼 판다.

민주헌정 질서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저들은 이른바 ‘자해공갈단’보다도 더 악독하다. 자해공갈단이 끼치는 폐해는 당사자들에 국한되지만 민주헌정 질서를 대놓고 파괴하는 이들이 끼치는 해악은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 모두에게 미친다. 국가사회의 몸을 후벼 파내는데 누군들 그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더욱 악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목사, 교수 중에 무슨 전문가니 지식인이니 하는 허울을 뒤집어쓴 채로 국가사회의 살을 도려내는 이들이 더욱더 흉악하다. 저들은 자신이 지닌 권력이나 재력, 제도 등의 힘을 악용해 민주헌정 질서를 한층 교묘하고도 치밀하게 부정하고 파괴한다. 국가사회의 몸이 망가지고 정신이 피폐해진다고 해도 자기 이익이 보전되고 더 늘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한다. 나라는 망하게 됐지만 자신은 부귀영화를 누렸던 을사오적 같은 이들이 오늘날에도 버젓이 행세하고 있음이다.

그런 이 중에 한 사람이 파면됐다. 이번 대통령 파면은 사회 대개혁의 첫발이어야 한다. 불법 계엄을 계기로 자기 이익을 위해 국가사회의 몸을 도려내는 이가 적지 않음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멀쩡한 살을 후벼 파내고도 잘 먹고 잘사는 이들을 솎아내야 한다. 아무리 힘센 자라 할지라도 민주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공자는 낮잠을 자는 제자를 보고는 크게 실망하여 ‘오물 섞인 진흙(糞土)’은 담장에 바르는 마감재로도 쓰지 못한다고 했다. 진흙에서 오물을 분리해내 대가를 제대로 치르게 해야 하는 까닭이다.

오물은 그대로 두면 틀림없이 썩는다. 국가사회의 몸은 또다시 축나고 그 폐해는 불특정 다수인 국민에게 되돌아간다.

나름 괜찮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오물 때문에 내 삶이 피폐해진다면 누구나 억울해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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