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와 상속인들이 취득한 상속재산별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1950년에 상속세를 도입한 이후 유산세 방식을 적용해왔다. 지난달 12일 기획재정부는 세 가지 이유를 근거로 유산세보다 유산취득세 방식이 합리적인 과세체계라고 주장하면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 타당성에 대해서는 검토의 여지가 있다.
유산취득세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상속인이 물려받은 유산의 크기가 같다면, 세금의 크기도 같아야 하는데 유산세는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세표준의 크기에 따라 10~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에서는 상속인의 상속재산이 같더라도 피상속인의 유산 규모가 클수록 세 부담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상속재산이 10억원인 자녀 1인 가구와 상속재산이 50억원인 자녀 5인 가구의 경우 각자 받은 유산은 동일해도 5인 가구의 자녀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낸다. 따라서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속인들 사이에서는 유산취득세가 공평한 과세 방식일지라도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2023년 3년 동안 피상속인 98만4886명의 상속재산은 237조6859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상속세를 부과받은 피상속인은 4.9%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상속재산이 100억원을 초과하는 1056명의 총상속재산은 66조7678억원으로 이들은 평균 41.6%의 상속세를 부담했지만, 나머지 97.8%는 상속재산의 11.7%만을 상속세로 납부했다. 일반적으로 가구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자산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고액자산가의 세 부담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부의 격차가 확대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각 상속인에게 부여된 공제의 경우 각자가 혜택을 받는 것이 타당하므로 전체 유산에서 상속인들이 받는 공제의 합계를 일괄 차감하는 유산세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서 일괄공제와 기초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직계존비속에 5억원을 공제하고, 배우자의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면 전액 공제하되 최대한도는 법정상속분과 30억원 중 적은 금액을 적용하고, 인적 공제 최저한을 10억원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배우자와 2명의 자녀가 30억원의 상속재산을 각각 10억원씩 받는 경우 공제액이 늘어나면서 상속세도 4억4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유산세하에서도 상속인별로 공제를 적용할 수 있으므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면서 상속 공제까지 확대하는 것은 공평과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 상속도 증여와 같이, 취득자 기준으로 자기가 받은 재산만 과세함으로써 세 부담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득자 기준으로 과세하는 경우에는 변칙증여를 통한 조세회피 행위가 확대될 수 있다. 기재부는 위장분할에 대한 부과 제척기간을 기존의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고 우회 상속에 대해서도 추가 과세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유산세 방식보다 효과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1950년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했지만, 세 부담 경감을 위한 위장분할이 증가하면서 1958년 법정상속분 과세 방식으로 변경했다.
헌법재판소의 96헌가19 결정에 따르면 상속세 제도는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으로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면 기회의 평등을 제약해 역동적인 사회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더욱이 상속세는 소득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과세당국에 포착되지 않은 소득과 공유자산에 대한 생애 정산의 의미도 갖는다. 2020년 한국의 비공식 부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1번째로 높고, 2023년 세계기부지수는 26번째로 낮다.
OECD 회원국 평균을 밑도는 조세부담률과 향후 재정지출의 증가를 고려할 때 상속세 부담을 낮추려면 소득과 자산보유 단계에서 과세를 확충해야 한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려면 세 부담의 역전을 방지하면서 세수 중립적으로 상속세율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상속으로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불로소득이 생산과 재생산의 기반을 형성하면 시장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토마 피케티의 경고는 바닥으로 질주하는 한국 경제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