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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출권 거래제’ 도입 10년…배출권 100개 중 99개 ‘공짜’, 개당 900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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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출권 거래제’ 도입 10년…배출권 100개 중 99개 ‘공짜’, 개당 9000원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앞에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기본계획 공청회 공동 대응 기자회견을 한 후 정부의 느슨한 할당으로 인해 발생한 잉여 배출권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앞에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기본계획 공청회 공동 대응 기자회견을 한 후 정부의 느슨한 할당으로 인해 발생한 잉여 배출권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지 10년째 되는 지난해 1~8월 시장에서 거래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평균 가격이 t당 9000원대로 전년보다 하락했다. 2023년 기업들에 할당된 배출권의 99%는 무상할당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배출권거래제가 기업들의 탄소 감축 유인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최근 펴낸 ‘2024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보고서’를 8일 보면, 지난해 1~8월 배출권거래제 가격은 t당 9167원을 기록했다. 배출권거래제가 처음 도입된 2015년 평균 거래가격인 1만1013원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지난해 3분기 유럽연합(EU) 배출권 평균 거래가격인 10만951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1만7276원인 중국 배출권보다도 헐값에 사고팔렸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일정량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간 배출권을 할당한다. 기업은 할당량 안에서 배출활동을 하면서 여유분을 시장에 팔 수 있다. 할당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배출권을 사야 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정부에 배출권을 제출하지 못하면 배출권 시장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로 관리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74%를 차지한다.

시장 기능을 활용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배출권거래제는 배출권 가격이 낮을수록 유명무실해진다.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보다 배출권 가격이 싸면 기업으로서는 일단 온실가스를 배출한 후 시장에서 배출권을 싼값에 사들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최근 배출권 가격이 급락한 배경에 정부의 과잉 무상할당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보고서를 보면 2023년의 배출권 최종할당량 5억7910만t중 무상할당량 비중은 99%에 달했다. 기업들이 경매를 통해 사들여야 하는 유상할당량은 590만t로 단 1%에 불과했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의 목표 유상할당 비중인 10%에 한참 못 미친다. 정부가 공짜로 주는 할당량 자체가 넉넉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전체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시장에서 싼값에 배출권을 사들이는 것이 편한 셈이다.

정부 역시 낮은 유상할당 비율이 배출권의 적정 가격형성을 방해하고 기업의 탄소 감축 유인을 축소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한 318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할당된 배출권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다른 수단으로 배출권을 제출한 업체 10곳 중 6곳은 ‘기술적 투자 및 내부 감축활동을 추진(13.1%)’하기보다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서 구입(60.0%)’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절반 이상(51.9%)의 기업은 올해까지 탄소 감축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3~5년씩 계획기간을 설정해 배출권거래제를 계획하고 관리한다. 제3차 계획기간은 올해 끝난다.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을 앞두고 기획재정부와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상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에 따르면 구체적인 할당비율 등을 담은 할당계획을 올 상반기 안에 수립해야 한다.

플랜 1.5의 권경락 정책활동가는 “오염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오염자가 부담하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배출권 무상할당은 점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며 “제4차 계획기간에는 최소한 발전 부문에 대해 100% 유상할당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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