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나아갈 길]
2년새 조세부담률 4%p넘게 하락
경기둔화·관세…당장 증세 난항
10년 내다보며 중장기 계획으로 확충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각 정당이 조기 대선 준비에 들어간 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비에 제21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과천|성동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일단 감세 정책부터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저출생·인구 고령화로 세수 기반이 흔들리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조세·재정정책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에 22.1%였던 조세부담률은 2023년 19%, 지난해에는 17.7%로 하락했다. 2년 사이 4.4%포인트 뚝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조세부담률이 25%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 조세 부담을 보여주는 조세부담률이 4%포인트 넘게 하락한 것은 윤 정부의 잇따른 감세 정책에 따른 영향이다. 세금을 깎아준 비율을 의미하는 국세 감면율은 2023년 15.8%로, 법정한도(14.3%)를 1.5% 포인트 웃돈 데 이어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법정한도를 1.7%포인트, 0.3%포인트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세 수입은 감소했다. 2022년에 395조9000억원이었던 국세는 2023년 344조1000억원으로 준 데 이어 지난해에는 336조5000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국세 수입이 늘어나야 하지만 이례적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정부는 법인세 등을 완화하면 투자가 늘어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수 기반만 허물어졌다.
당장 경기 둔화 국면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에서 증세를 추진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 과제로 세수 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먼저 경제를 정상화하고 한 뒤, 증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세 수입 기반이 최근 몇 년 동안 붕괴한 만큼 이를 살려야 한다”며 “국가 채무를 무한정 발행할 수도 없는 만큼 증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OECD 회원국 중 꼴지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평균 수준인 25%로 올려야 한다”며 “10년 안에 달성을 목표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비과세 정비부터 시작하자”며 “당분간은 적극적인 재정을 통해 내수를 부양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기가 어렵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걷어 어려운 곳에 사용하는 것이 맞다”며 “올해는 세율 조정이 쉽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국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증세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정부에서 내렸던 세율을 중심으로 올리는 게 필요하다”며 “특히 지난 정부에서 법인세와 자산세 중심으로 감세가 이뤄진 만큼 이들 세목을 중심으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소득세 비과세 정비를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세수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낮다”며 “도입 목적이 달성된 소득세 비과세와 감면 등의 조세 지출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윤석열 정부에서 후퇴했던 자산 과세 기반을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은 5.7%로, OECD 36개 회원국 중 26위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으로 2021년에 17.8%까지 올랐던 종합소득세 평균 실효세율은 2022년 17.4%, 2023년에는 16.3%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 실효세율도 2022년 11.9%에서 2023년에는 11.4%로 하락했다.
강 교수는 “복지제도 확충으로 세수가 많이 필요할 때는 장기적으로 소비 관련 과세도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계적으로 과세기반을 확충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