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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의 한국경제, 통상·산업정책 등 ‘새로운 마스터플랜’ 그려야

[한국 경제 나아갈 길]

올해 0% 성장률 현실화

추경 신속 편성, 내수 진작 절실

대미 협상 카드 발굴, 기술 혁신 필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시작한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시작한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위축된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등 내수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차기 정부 앞에 놓인 여러 과제 중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 위기 극복이 제일 먼저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추경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국제통상 격변기 대응 방안, 산업전환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 마련 대응책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 고질적 문제인 내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양극화 해소 등에 대한 청사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재정의 시간’ 다가와

한국 경제 성장세는 이미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말 1.9%에서 1.5%로 0.4%포인트 대폭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17일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잠재 성장률(2%)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미국이 지난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수출 둔화로 인해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악의 경우 0%대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미 외국계 기관에서는 0.9% 전망치도 나왔다.

이 때문에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단기적으로 대내외 여건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가장 먼저 꼽힌다. 현 정부가 ‘10조원’ 추경 규모를 발표했고 다음주 구체적 내역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10조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확산하고 한국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 예상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대규모 산불 여파로 ‘재정의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10조원으로는 어림도 없고 30조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은은 15조~20조원대를 편성하면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0.2%포인트가량 오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단 ‘시급한 추경 추진’을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발 관세로 수출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내수가 중요하다”며 “여야가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에 합의해 조기에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두 번에 나눠서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선 조기 대선 전 1차 추경을 하고,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대규모 추경을 다시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격변기의 한국경제, 통상·산업정책 등 ‘새로운 마스터플랜’ 그려야

관세전쟁 속 ‘경제 외교력’ 복원해야

새 정부 앞에 놓인 또 다른 큰 과제는 경제·통상 정책 마련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규범에 기반해 형성돼온 자유무역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이 금융, IT(정보기술) 등을 특화하면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에 제조업을 아웃소싱한 수직적 분업체계에 적응해온 터라 한국으로선 ‘수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25%)를 낮추기 위한 ‘원 포인트’ 협상 전략을 짜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아니라 딛고 있는 땅바닥이 균열되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 외엔 특별한 경제 철학이 없었는데 새 정부는 통상, 산업정책 등을 포함한 마스터 플랜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6월3일 대선 이후 경제 리더십이 회복된다 해도 대미 협상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경제 외교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둘러 경제부처 장관 임명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트럼프 취임 이후 3개월 만에 정상 간 통화를 할 정도로 대미 협상에서 뒤처져 있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상호 세력권을 인정하고 협상을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지만 한국 등 중견국가는 비대칭적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 내세울 협상 카드를 발굴하는 등 전략적 외교 역량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 대신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생산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국적이라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국가의 첨단기술 투자, 인력, 협력업체를 포함한 거대한 산업 생태계 등 없이 홀로 해외로 돌아다닐 경우 살아남기 힘들 수 있다”고 짚었다.

내수에 더 초점을 맞추는 관점도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너무 수출, 수출하다 보니 관세전쟁 파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수가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연체에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대책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정책, 긴 호흡으로 전환해야

기술 혁신을 통한 산업 전환도 새 정부 앞에 놓인 큰 숙제다. 특정 산업에 세제혜택이나 금융지원을 주는 등의 단편적인 산업 정책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가지고 차기 먹거리 개발을 위한 정책을 짜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경제 기술 경쟁력을 상징했던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고, 첨단기술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한국은 뚜렷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7일(현지시간)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를 보면, 지난해 주목할 만한 AI 중 한국 모델은 1개(LG AI연구원의 엑사원 3.5)에 그쳤다. 미국은 40개, 중국은 15개, 프랑스는 3개 모델의 이름을 올렸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선 보조금 등을 통한 국가의 산업정책이 허용되지 않지만 연구·개발(R&D), 낙후지역 개발 등 지역균형발전 목적은 용인이 됐다”며 “다만 R&D, 지역균형발전 등에 한정되다 보니 산업정책이 파편화되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정책, R&D, 금융, 중소기업 육성 등을 하나로 묶어 설계하는 것이 약해진 만큼 산업정책의 전략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정책을 통한 기술 혁신을 촉진하되 산업전환 시 피해를 볼 수 있는 취약계층을 포용하는 사회정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교수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자본이 부문별로 이동하면 옛 부문에선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직업훈련에 대한 재정 투입, 공공 일자리 확충 등 국가적 고용정책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중소기업 살리기,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 타파 등 포용적 성장 전략을 짜는 것이 새 정부가 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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