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S&P500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의 여파로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으로 증시가 연일 폭락하는 등 전 세계 경제가 휘청였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시행 13시간 만에 이를 유예한다고 밝혔는데요. ‘오늘의 점선면’에서는 그 배경이 무엇인지,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짚어볼게요.
점(사실들) : 관세 전쟁,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일부터 모든 나라의 수입품에 기본 관세 10%를 적용했어요. 지난 9일부터는 ‘악의적 침해국’이라고 부른 약 60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한국에 적용한 상호관세율은 25%였습니다. 특히 중국에 부과한 관세율이 104%로 가장 높았어요.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를 34%에서 84%로 올린다며 보복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관세 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전면전으로 치닫자 세계 증시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예상하며 무너져 내렸습니다. 미국 뉴욕 증시는 시가 총액이 6조달러 넘게 증발했고요, 일본·중국·홍콩 등 아시아의 주요 증시도 급락했어요. 한국 증시도 외국인들이 지난 7일에만 2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상장사 중 92%가 하락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전격 발표합니다. 단, 보복 조치로 맞선 중국에 대한 관세는 오히려 125%로 올렸어요. 이에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는 급반등했습니다. 코스피·코스닥에서는 10일 매수 주문이 폭주하면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어요.
선(맥락들) : 갑자기 상호관세 유예 발표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시행을 유예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주식 시장 급락,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며 “내가 어젯밤에 보니까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라고 말했는데요. 트럼프발 관세 전쟁 이후 증시가 무너지니 사람들이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로 몰려들면서 수익률이 급등했다고 해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습니다. 중국이 ‘트럼프 관세’에 대한 반발을 이용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밀착하면서 반트럼프 연대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 나와요. 최근 중국은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거든요. 오는 7월에는 EU와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었고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억만장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기업인인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헤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등이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관세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면(관점들) : “미국에 무작정 굽신거려선 안 돼”
상호관세 유예로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건 다행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패키지로 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얘기를 꺼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부터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주한미국 감축 또는 철수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와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트럼프는 동맹을 손익 계산 대상으로 보는데, 우리가 ‘동맹 만능주의’에 빠져 미국 요구에 무작정 굽신거려선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면서 “방위비를 포함한 주한미군 문제는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큰 그림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권한대행 정부가 섣불리 그리고 구속력 있게 미국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어요.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멕시코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과 멕시코는 모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원래 관세가 0%에 가까운데요. 멕시코는 미국 무역적자의 17%나 차지하는 데도 이번에 0% 관세가 그대로 유지됐거든요. 송 변호사는 그 비결로 멕시코 대통령이 일방적 굴복은 거부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한 점,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며 치열한 토론을 피하지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2개월 후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한국. 이런 리더십을 발휘할 후보는 과연 누구일지, 유권자의 면밀한 판단 또한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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