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기자회견
“김문수가 이재명을 이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대통합이든, 대연정이든 나라가 잘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했던 그는 출마 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거나 파면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지 않았다.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자 중도층에 소구하며 경선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에게 내려진 국민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며 오는 6월3일 열리는 제21대 대선 출마를 밝혔다. 그는 전날 장관직을 사퇴했다. 김 전 장관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구 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무위원 중 이례적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뚜렷이 했던 김 전 장관은 이날은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 “비통한 심정과 책임감을 금할 길이 없었다”면서도 “헌정질서 안에서 내려진 최종결정이므로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이후 국민들은) 과거의 허물을 모두 벗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계신다”며 대통합과 대연정의 정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12·3 비상계엄을 두고 “위법하냐는 부분에 대해선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비상계엄은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이 났다”고 말했다. 당내 일부에서 제기되는 윤 전 대통령 징계 추진론에는 “내가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장관의 미묘한 좌표 이동에는 중도 확장성 우려를 해소하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과 대연정을 언급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 전 장관은 중도 확장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저보다 더 좌와 우와 중도, 이 모든 삶 속에서 살아왔고 통합해본 사람이 있나”라며 “김문수보다 더 구석구석 약자들의 삶을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라고 말했다.
자신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맞설 적임자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라며 “대한민국을 혼란과 파멸로 몰고 갈 이재명의 민주당은 저 김문수가 확실히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출마 선언에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면담하고 입당 원서를 제출했다. 출마 선언 뒤에는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구 여권 대선주자들의 공식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자유의 가치를 지키고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제2의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새로운 박정희 정신으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다”며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앞서 안철수 의원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전날 각각 서울 광화문 광장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러시는 다음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출사표를 던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13일 출마 선언을 계획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오는 11일 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