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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두 달째, 다시 지옥이 된 가자…유엔 사무총장 “킬링필드 돼”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구호품이 끊긴 지 두 달째를 맞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 7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모여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의 배급 장소를 폭격해 빈 그릇을 들고 배급을 기다리던 어린이 등 최소 30명이 숨졌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구호품이 끊긴 지 두 달째를 맞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 7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모여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의 배급 장소를 폭격해 빈 그릇을 들고 배급을 기다리던 어린이 등 최소 30명이 숨졌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휴전을 깨고 가자 공격을 재개한 이스라엘군은 약 3주 만에 가자지구 땅의 절반 이상을 점령했고, 국제법도 개의치 않는 무차별 공습에 인명 피해는 불어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를 “킬링필드(killing field·대량 학살 현장)”에 빗대며 “민간인들이 끝없는 죽음의 고리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이 이스라엘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대량학살 관련 단어까지 사용하며 작심 비판에 나선 것은 그만큼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1일 42일간의 휴전이 종료된 후 이튿날부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구호품 반입을 차단하며 물자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가자지구 국경 바깥에는 국제사회가 보낸 대량의 구호품이 트럭째 발이 묶인 채 쌓여 있지만, 불과 몇㎞ 떨어진 가자지구 안에서는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으며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가자지구가 단 한 방울의 원조 없이 버틴 지 한 달 이상이 지났다”면서 “그곳엔 식량도 연료도 의약품도 없으며 공포의 수문이 다시 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네바협약의 여러 조항을 조목조목 인용하며 이스라엘이 점령국으로서 국제법상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가자지구 내 원조 과정을 통제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새 계획에 대해서도 “마지막 곡식 한 톨까지 냉혹하게 제한하고 통제할 위험이 있다”면서 “우리는 인도주의 원칙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어떤 계획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거부 뜻을 밝혔다.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하게 가자지구에선 매일 포화와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교착 상태에 빠진 휴전협상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격을 재개한 지 약 3주 만에 최소 1450명이 숨졌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 재개 일주일 만에 1000명이 넘는 어린이가 죽거나 다쳤는데, 이는 1년6개월에 걸친 전쟁 기간 가장 심각한 수치였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적신월사와 유엔 소속 구조대원 15명을 총살하거나 전쟁을 보도해온 취재진 본부를 표적 공습하는 등 전쟁 범죄에 고삐가 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법상 보호를 받아야 할 병원이나 학교 폭격도 불사해온 이스라엘군은 7일엔 굶주린 주민들이 줄을 선 자선단체의 식량배급 장소까지 폭격해 최소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빈 그릇을 들고 배급을 기다리던 어린이와 여성이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지구 국경 일대에 조성된 ‘완충지대’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지구 국경 일대에 조성된 ‘완충지대’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상작전도 확대됐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영토의 50% 이상을 장악했으며, 대피령과 통행금지령을 반복하며 이곳 주민들을 더 비좁은 지역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최근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와 라파 사이에 ‘모라그 루트’라고 불리는 새 경계선을 그어 영토를 분할하고 특정 지역을 고립시키는 작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이 자국 안보를 위한 ‘완충지대’라며 조성한 가자 접경지역은 건물과 기반시설을 모두 폭파시키고 밀어버려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됐다. 군인들에게 무차별 발포를 허가하는 ‘살인 면허’가 주어져 ‘킬존(Kill zone)’이라고 불리는 이 완충지대는 최근 2배 이상 확대됐다.

최근 전쟁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제대 군인들이 만든 단체인 ‘브레이킹더사일런스’는 완충지대에서 근무했던 군인들의 증언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군인들은 이 지역에서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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