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현동 개발업자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3월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일하면서 백현동 개발업자 등으로부터 8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9일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부원장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200만원을 선고했다. 불법 행위로 취한 이득을 다시 몰수하는 추징금 8억 808만원도 함께 명령했다.
전 전 부원장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7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권익위 고충 민원 관련 활동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를 처리해준 대가로 총 7억8000여만원과 제네시스 승용차를 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총 1억360만원과 승용차는 백현동 개발업자로 알려진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7년 1~7월 신길 온천 개발사업 참여 업체로부터 권익위 고충 민원 의결 등 권익위 비상임위원 직무와 관련해 26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있다. 전 전 부원장은 2015~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 2020년 용인시정연구원장, 2021년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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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전 전 부원장 측은 금품을 받은 건 인정하면서도 ‘자문료’ 성격이었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대가를 취한 게 아니라 정당한 고문료였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 전 부원장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금품을 준 이들은 전 전 부원장에게 받은 자문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고문계약 등은 민원인에게 돈을 받기 위한 형식적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장기간 금품을 주려는 업체가 있었는데도 전 전 부원장이 원하지 않아 중단된 적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검찰 구형(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불합리 행정제도를 처리하고 부패행위 규제해 국민을 권익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권익위 위원으로서 그 지위와 직무수행 중 형성된 친분을 이용해 여러 차례 민원 관련 알선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