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늘 ‘최초’였고 ‘최고’였다.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이자, 세계가 인정한 레전드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김연경을 가리켜 “10억분의 1(의 선수)”라고 평가했고, 지오반니 귀데티 전 세르비아 감독은 “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 이상”이라고 극찬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정상에 오른 뒤 은퇴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코트에 작별을 고했다. 김연경이 이끈 흥국생명은 지난 8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정관장과의 최종 5차전에서 3 대 2로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5개 세트 모두 2점 차로 갈린 명승부였다.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로 챔프전 MVP에 뽑힌 김연경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은퇴한다”면서 “마지막 경기에서의 내 모습을 팬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상에서 은퇴하게 돼 정말 좋다”며 웃었다. 스포츠 스타의 라스트댄스가 해피엔딩이 된 것이다.
김연경이 써내려간 이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2005~2006시즌 흥국생명에서 프로 데뷔와 동시에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MVP를 거머쥐었고, 신인·득점·공격·서브상도 휩쓸었다. 국내 V리그를 평정한 뒤 프로배구 선수로는 남녀 통틀어 처음으로 해외 리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17년간 국가대표로 맹활약하며 한국 여자배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그는 출전한 세 차례 올림픽에서 한국을 두 차례나 4강(2012 런던·2020 도쿄)에 올려놓았다.
김연경의 업적은 단순히 숫자와 기록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배구가 비인기 종목이던 시절, 그의 등장은 코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어쩌면 저렇게 배구를 잘하지!”라는 감탄은 “우리나라에도 저런 선수가 있구나”라는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실력은 물론 배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 쇼맨십, 승부욕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게 없는 완벽함 그 자체였다.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 된 것은 물론이고, 여자배구의 인기와 위상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
김연경은 6000여명의 관중이 지켜본 마지막 무대를 ‘축제’로 만들었다. 동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김연경은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연경다운 멋진 퇴장이었다. 그의 인생 2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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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선수들이 지난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정관장의 5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뒤 김연경을 헹가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