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당 강력 반발
한덕수 재판관 지명 영향도

우원식 국회의장(사진)이 9일 자신이 제안한 대선·개헌 동시투표 추진을 철회했다.
우 의장은 성명에서 “현 상황에서는 대선 동시투표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위헌·불법 비상계엄 단죄에 당력을 모아온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이 개헌논의보다 정국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이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이 파괴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합의의 내용과 개헌의 골자를 각 정당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제시해주길 요청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이 열리고 개헌 추진 동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의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 철회는 대선 유력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와 민주당의 강력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제안 이튿날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권력구조 개편 개헌에 선을 긋고, 비상계엄 요건 강화 등 제한적인 개헌에만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도 반대 의사를 피력했고, 일부 당원들은 우 의장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내각제 개헌에 힘을 실어 ‘내란 세력’에 숨통을 트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전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함으로써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안정적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선·개헌 동시투표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치권 개헌 논의는 각 대선 후보의 공약 제시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