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근무 등 협약 체결 불구
수입 보전 위해 공염불 될 듯
택배업계가 주 7일 배송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는 건당 수수료를 임금으로 받기 때문에 수입 보전을 위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원청인 택배사가 수수료 증액 등의 투자를 하는 것이 주 7일 배송 도입의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9일 취재를 종합하면 당일·새벽·익일 배송이 보편화되면서 주 7일 배송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쿠팡은 일찌감치 주 7일 배송으로 경쟁력을 키웠고, CJ대한통운은 올 초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했다. 한진택배는 오는 27일부터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며 택배노조, 대리점연합회와 기본협약을 맺었다.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되 순환근무제를 실시하고 주 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택배노동자들은 통상 주 6일 일한다. 협약엔 휴일 배송이나 타 구역 배송을 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계약갱신 거절,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조항이 담겼다. ‘조합원의 업무일은 연속하여 7일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어 휴식권을 보장했다. 연중 3일 휴가도 포함됐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대체로 협약이 준수되고 있으나 일부 대리점에서 휴일 배송을 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 등을 압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조합원일수록 취약했다. 남희정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은 “주 7일 배송 도입 이후 한 달 내내 출근했다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건당 수수료를 올리지 않고는 장시간 근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서울 시내 배송의 경우 건당 800원을 지급한다. 휴일 배송은 25%를 가산해 책정한다. 휴일 배송을 하면 건당 1000원을 받는 셈이다. 주 5일 일하면 수입이 줄어드니 기존대로 주 6일 일하겠다는 조합원도 많다.
기존 택배노동자들이 주 5일 근무를 하려면 추가 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건당 1000원의 수수료로는 대체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택배노조는 원청인 택배사가 투자를 늘려 수수료를 올려야 택배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도, 주 5일 근무 도입도 원활해질 수 있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한진택배는 노조, 대리점연합회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 7일 배송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는 10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앞에서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