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교역 관계에 있는 185개국을 대상으로 보편 및 상호 관세 적용을 발표했다. 이에 냉전 시대 이후 전 세계 경제의 성장을 추동하던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보호무역과 블록화 경제로 이행될 것이라는 수사까지 나오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보였다. 아직 경제 지표는 양호하게 발표되고 있지만 소비 심리 및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빠르게 악화하는 등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관세의 충격에도 강한 성장세를 이어왔던 세계 경제가 왜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는 이렇게 크게 흔들리는 것일까?
우선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관세 정책 집행의 규모, 속도, 방식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1기 당시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변될 정도로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에 집중했고,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적 관세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185개국에 동시다발적으로 각각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품목별 관세의 경우 전 세계 국가들의 해당 품목에 적용하고 있다. 관세가 부과되는 범위가 훨씬 넓어진 것이다.
다음으로, 적용되는 세율이 매우 높다. 1기 당시에는 대중 관세를 5%, 10%, 20% 순으로 점차 높여가는 전략이었지만 이번에 중국에 적용된 관세율을 보면 기존의 20%에 새롭게 상호관세 34%가 얹히며 54%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그리고 관세 부과 속도 역시 1기 행정부 때보다 훨씬 빠르다. 2017년 출범한 1기 행정부에서는 우선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관세를 적용하는 패턴이었는데, 이번에는 출범과 동시에 전방위적 관세를 예고하고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속도, 범위, 세율 등에서 1기 때와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외 관세 부과를 둘러싼 환경 역시 1기 행정부 당시와는 매우 다르다.
당시에는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져온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하고 있었기에 앞서 언급한 약한 관세율(?)로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 크게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무려 4년간 이어지고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역시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고율 관세를 적용하게 되면 물가 상승 우려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실제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 연준의 파월 의장은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재정 상황 역시 1기 행정부 때와는 상이하다.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는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적자 부담이 크지 않았기에 1기 행정부에서는 바로 감세 정책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코로나 사태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강한 경기 부양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큰 폭으로 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감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매우 어렵다. 관세를 우선적으로 부과해 재정 수입을 늘려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여놓아야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이 가능하기에 2기 행정부에서는 관세를 먼저 부과하고, 이후 감세를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과거에는 감세라는 당근을 먼저 주고 이후에 관세라는 채찍을 때렸다면 이번에는 채찍을 먼저 때리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속도, 범위, 둘러싼 환경 등 많은 부분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1기 당시와는 큰 차이를 보여주기에, 금융시장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이런 금융시장의 스트레스 혹은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와 같은 부작용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계획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역설적으로 과도한 관세 정책의 일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함께 트럼프 정책의 미세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