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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6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는 단지 계엄 이전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한 직접적 근거는 계엄 선포에 의한 헌법 유린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3년간 국가운영을 망친 실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탄핵을 외친 시민들이 사회대개혁을 함께 요구했던 이유이다.

사회대개혁의 여러 분야 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건 민생일 것이다. 사회 첫발부터 불안정 노동에 직면한 청년, 극한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 전월세에 허리가 휘는 주거 서민, 돈도 없고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 노인, 그리고 노년 부양 부담이 훨씬 클 미래 아이까지, 새 정부가 챙겨야 할 민생들이 모두 만만하지 않다.

새 정부는 민생 정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 새 대통령이 민생에 앞장서겠다고 말하겠지만, 나라 곳간이 사실상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제 발표된 국가결산에 의하면, 작년 중앙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5조원, 무려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달한다. 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대로 나라살림이 운영되더라도 앞으로 매년 70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재정 정책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적자구조가 고착화되는 건 곤란하다.

왜 재정적자가 계속 대규모로 발생하는 건가. 작년 재정지출 증가율이 4.5%로 보통 수준이니 결국 세입이 빈약해 생긴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이후 꾸준히 증세의 길을 걸어왔다. 부자감세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복지 확대 필요성이 커지면서 박근혜, 문재인 정부 모두 증세 정책을 폈다. 이에 박근혜 정부 첫해 GDP의 16.3%였던 조세부담률은 계속 상승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22.1%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추세면 조만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5% 수준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조세부담률이 2023년 19.0%로 뚝 떨어지더니 작년에는 17.7%로 더 낮아졌다. 전체 조세수입도 2022년 515조원에서 2023년 457조원, 2024년 451조원으로 절대액이 줄어들었다. 2년 기간 명목 경제성장이 약 10%에 달함에도 오히려 세입은 약 12% 감소한 것이다.

반도체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법인세 세입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가업승계상속세를 깎아주고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유예한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의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이 감세에는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추가 부자감세에 나서고 있다. 두 당은 올해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를 아예 폐지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시행을 2027년으로 세 번째 유예했다. 피상속인 중 6.8%만 내는 세금인 상속세에서는 ‘초부자 감세(국민의힘) 대 부자감세(민주당)’ 경쟁 중이다. 나아가 근로소득세까지 완화하자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나라 재정은 텅 비었는데, 두 당은 대한민국을 ‘감세국가’로 만들려 한다.

이러한 세입 구조에서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민생 정책을 뜻대로 펴기 어렵다.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상황이다. 이번 대선에서 강력한 ‘증세’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사회대개혁을 열망하는 시민들을 믿고 대선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증세 경쟁을 벌여야 한다. 물론 감세를 주장하는 세력도 있다. 내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의문이 들어 증세를 꺼리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에 더 많은 시민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민생 목적 증세’를 제안한다. 이는 시대가 요구하는 민생 과제와 증세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예전에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 방위세를 거두었고, 지금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세를 시행하고 있듯이 말이다.

우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이 재원을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사회상속제’를 도입하자. 이는 토마 피케티가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현재와 같은 자산 불평등에선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없다며 제안한 정책이기도 하다. 최근 연금개혁 논의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연금소득세’도 검토하자. 기존 연금소득세 세입과 별도로 일정 금액 이상 연금소득에 추가 과세하면 국민연금 재정에 투입되는 지원액은 더 커질 수 있다. 기후위기를 맞아 재생에너지 전환과 그린경제 활성화를 위해 탄소세 도입도 더 늦출 수 없다. 탄소세 세입의 일부를 탄소배당으로 지급하면 시민 참여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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