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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광장 만들어낸 이들의 구호가 더 크게 울려 퍼지는 사회로”···‘비상행동’ 무대 만든 음악평론가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 사회, 어디로 가야 할까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은 시민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시켰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끌어냈으며 마침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선고를 받아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은둔 청년, 성소수자 등이 함께 광장을 만들었고 웹툰 작가 등은 이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후에도 광장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다. ‘탄핵 너머’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이들의 열망이 여전히 광장에 남아있다. 대통령 파면은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 됐다.

경향신문은 광장을 만들고, 지키고, 기록한 시민들을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다시 만났다. 이들에게 탄핵 이후 바라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물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가 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탄핵 찬성 집회 무대 기획’ 등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가 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탄핵 찬성 집회 무대 기획’ 등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설치한 대형 스크린 앞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크린 뒤에 선 서정민갑(필명)씨는 눈물을 흘리거나 환히 웃으며 서로를 껴안는 시민들을 보며 생각했다. “드디어 1부의 마침표는 찍었구나.”

서씨는 비상행동의 행사기획팀 내 연출팀에서 지난 4개월간 67차례 열린 집회, 220여개의 공연을 기획하고 예술인 1100명을 섭외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 해왔다. 대중음악 의견가인 서씨는 무대 위에 선 가수들을 섭외하는 일 대부분을 담당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서씨는 “윤석열 없는 세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음 단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씨는 광장에서의 지난 122일이 “어딘가 존재하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시민들은 단순히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광장에 나온 것이 아니었다. 서씨는 “광장의 구호에 시민들이 바라는 세상이 담겨있다”며 “광장에서 터져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중에’라고 미루는 것이 아니라 변화로 만들어낼 때”라고 말했다. 서씨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에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연출팀에 속해 광장을 기획했었다. 서씨는 “2017년 박 전 대통령이 퇴진했을 때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세상과 시민의 삶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지난 3월15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시민들이 지난 3월15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비상행동 무대 뒤편에서 본 시민들의 모습은 놀라웠다. 이번 탄핵 국면에서 주목받았던 ‘응원봉 문화’ ‘시위 깃발 문화’ 등은 비상행동이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서씨는 “시민들의 깃발을 보고 비상행동이 깃발 행진을 기획하는 등 행사로 소화했지만, 시민들이 뭔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런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1000여개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보며 서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씨는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의 열정과 진심이 모이면 예상하지 못한 감동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광장에는 ‘스펙타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서씨가 가진 광장 기획의 철학이다. 서씨는 “이성적인 목적으로만은 움직이게 할 수 없다”며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만큼 무대 위 출연자들도 다채로웠다. 대중 가수부터 민중가수, 인디가수, DJ까지 다양한 예술인들이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냈다. 서씨는 “집회의 문화를 동시대적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민중 가수들의 직설적 메시지, 새로운 경향을 보여줄 수 있는 독립 음악, 전 국민적 지지를 보여주는 대중음악을 모두 등장 시켜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고 했다.

광장에서 음악은 시민들을 하나로 묶었다. 1980년대 광주에서 시작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25년 서울에서도 울려 퍼졌고, 한 중년 시민은 종이에 적어 온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 가사를 보며 따라 불렀다. 서씨는 “사람들이 민중가요를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기도 하고, ‘다시 만난 세계’ 같은 새로운 노래를 만나는 순간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해서 감동적이었다”며 “우리가 계속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를 신뢰하고 변화한 시민들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광장에서의 힘을 보여줬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인들보다 더 컸으면 좋겠고,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시민들이 앞으로의 변화도 이끌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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