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세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10일 당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확정했다. 후보등록을 한 주자들을 대상으로 3차례 경선을 치러 ‘4명→2명→1명’으로 압축해 당의 21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2명이 결선 형식으로 맞붙게 한 규칙을 두고 일부에선 탄핵 반대 주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안을 비대위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1차 경선에서는 국민 여론조사를 100% 적용해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다. 2차 경선에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다시 2명을 추린다. 마지막 3차 경선에서 다시 선거인단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2명 중 1명을 최종 후보로 뽑는다. 단 4명이 맞붙는 2차 경선에서 한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하면 최종 후보로 바로 확정하기로 했다.
모든 경선 여론조사에는 역선택 방지 장치가 적용된다. 역선택 방지란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 지지자들의 답변을 결과에서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총장은 “1차 경선을 국민 여론조사 100%로 한 것은 민심 눈높이에 맞는 후보들이 4인 (경쟁)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2·3차 경선을 선거인단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당원과 민심을 고루 반영하겠단 의지”라고 설명했다.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오는 5월3일에 연다. 선출직 당직자가 대선 출마 1년6개월 전 사퇴하도록 한 규정은 이번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예외적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경선 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해 선거인단 현장투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권역별 합동 연설회도 실시하지 않는다.
당내에선 2차 경선 통과 인원이 2명으로 좁혀진 것을 두고 탄핵 반대 주자들의 난립과 표 분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탄핵 반대 주자들이 최종 후보가 되는 데 유리한 설계라는 것이다. 친한동훈계 박상수 인천서구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SNS에서 박민영 대변인의 발언을 들며 경선 룰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변인은 전날 유튜브에서 2명이 맞붙는 룰을 언급하며 “탄핵 반대 후보냐, 탄핵 찬성 후보냐로 압축이 되면 무조건 탄핵 반대 후보가 이기게 돼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측인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양자 대결을 하면) 서로 상처를 많이 입을 수가 있기 때문에 네 분이 원샷으로 끝내야 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완전국민경선’을 주장해온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구 동구청에 있는 산불 진화 헬기 조종사 고 정궁호 기장 추모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이 결정한 것에 대해 좀 더 고민해 저의 결정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