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문재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10일 국가유공자 유족 중 보상금을 받을 자녀의 순위를 정할 때 연장자를 우선하도록 규정한 국가유공자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이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13조 2항 3호에 대해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지만, 즉각 무효화했을 때 발생할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것이다. 헌재는 국회가 내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할 때까지는 해당 법 조항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국가유공자법은 보상금 지급순위를 배우자→자녀→부모 등 순으로 정하고 있다. 같은 순위자가 2명 이상일 경우엔 같은 순위 유족간 협의에 의해 1명을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국가유공자를 주로 부양·양육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에도 해당하는 사람이 없으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국가유공자의 둘째 자녀인 김모씨는 부모가 모두 사망한 후인 2020년 1월 인천보훈지청이 ‘자녀 간 협의가 없고 김씨가 주 부양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 자녀 중 첫째를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하자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이 같은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김씨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던 중 국가유공자법 중 연장자 우선조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신청 일부를 받아들여 헌재에 이를 제청했다.
헌재는 연장자 우선조항이 ‘국가유공자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이라는 국가유공자법 입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가유공자 자녀 중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가 있을 수 있다”며 “연장자 우선 조항은 이러한 개별적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이 많음을 선순위 수급권자 선정의 최종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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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국가유공자법에서 유족간 협의와 주 부양자를 우선하는 예외조항을 마련해 놓고는 있지만, 협의가 되지 않거나 주로 부양한 사람이 없을 경우엔 여전히 나이에 따른 차별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가유공자 자녀의 생활 수준과 경제적 능력은 재산과 소득을 고려해 등급으로 환산될 수 있다”며 “등급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것에 절차상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헌재는 “나이가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앞서 독립유공자법, 보훈보상자법 등의 유사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