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 건물. 권도현 기자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입건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경찰이 출석요구 등 수사방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출석에 응하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사례가 된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조만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하는 등 수사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퇴거할 것으로 알려진 오는 11일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하려 하자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에게 이를 막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경호처는 지난 1월3일 공수처와 특수단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해 무산시켰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차장에게 “국군 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해라” “경호 구역을 완벽하게 통제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이를 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면 불소추 특권을 갖는다’는 조항으로 수사를 받지 않았지만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면서 특권을 잃게 됐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김신 가족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체포영장 집행 방해 사건으로 입건된 경호처 간부에 대한 경찰의 피의자 조사는 대체로 마무리된 상태다. 이 사건 피의자 중 조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윤 전 대통령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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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특수단은 전직 대통령이 검찰이 아닌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마지막까지 소환조사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만 받았다.
경찰이 출석을 요구해도 윤 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할 가능성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공수처의 출석요구를 세 차례 거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특수단의 출석 요구를 윤 전 대통령이 거절하면 마찬가지로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방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시점과 계획 등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