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노동자들의 직업병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발급하는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에서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조리흄’이 빠진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을 기존 15종에서 19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늘어난 4종 중에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조리흄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리흄은 튀김, 구이 등 기름을 이용해 고온으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뷴류하고 있다.
건강관리카드 제도는 노동자들이 작업 중 노출된 발암물질에 의해 발병할 수 있는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와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했던 자에게 이직 후 연 1회 특수건강진단을 무료로 지원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직업성 암의 조기 발견·치료를 위해 발급되는 건강관리카드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리흄에 장기 노출된 은퇴 근로자’는 예시로 적시됐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11월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료
2021년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던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이 업무상질병으로 처음 인정되면서 조리흄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13명에 달한다. 관련 산재신청은 214건 있었고, 이 중 169건이 승인됐다. 교육부가 2023년 발표한 14개 시·도교육청의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노동자 4명중 1명꼴로 폐 이상소견을 받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에 넣기 위해선 발암과의 관계성이나 이걸 어떻게 측정할 것이고, 유해인자는 무엇인지 등이 확립돼야 하는데 조리흄은 아직 그 부분이 되어 있지 않다”며 “학자들 간에도 여러 이견이 있고, 국제적으로도 정립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계속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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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과학적 근거 부족’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는 200명이 넘는 급식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으로 기록된 통계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조리흄을 발암 유해인자로 분류하고,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에 포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04조는 노동부 장관이 유해인자의 분류기준을 마련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시행규칙에는 암을 유발하거나 증가시키는 물질은 발암성 유해인자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혜은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조리흄과 폐암과의 인과성은 인정되고 있다”며 “(정부 말대로) 측정하기 어렵다고 해도 발암물질 노출자로 등록해서 관리를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산재 인정할 때도 일일이 다 측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