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산불 피해를 입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남 산청군, 하동군, 경북 의성군 등에서 일하는 코웨이 코디(방문 점검원)들이 점검 계정 수가 줄어들면서 당장 소득이 줄어들 상황에 처했다. 노동자들의 호소에 회사는 ‘포인트’로 보상했는데, 회사 측이 산불 피해 복구 성금 2억5000만원을 기부하면서 내부 노동자들의 고충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와 코웨이CL지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 9일 코웨이 사측에 공문을 보내 산불 피해 지역의 지국장과 팀장의 경영평가수당 보전 방안과 개인별 영업 활동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산불 피해가 심각해 점검 대상 기기가 파손되거나 소실됐고 고객들이 연락이 두절돼 점검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문을 통해 “산불 피해로 인해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경우 지원 대책을 마련해달라” 며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 매뉴얼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코웨이는 산불 피해를 입은 관리지국 14곳의 코디들에게 점검서비스를 할 수 없는 건에 대해 ‘굿즈몰 포인트 1만원’을 지급하고, 주택 피해를 입은 코디 4명에게 위로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노동절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근로자성 쟁취 기자회견’ 에서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김순옥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정효진 기자
특수고용직인 방문 점검원들은 점검 건수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점검 계정 수가 줄어들면 곧장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2022년까지는 약속한 고객이 집에 없는 경우에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 노조의 문제제기로 수수료 협약을 맺었고 계정 수에 비례해 5000원~1만5000원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처우가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수고용직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어서 휴업수당 등을 받을 수 없다. 이번에도 서비스연맹 코웨이지회의 정규직 지부가 함께 목소리를 낸 것이 포인트 지급이나마 회사 대응을 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코웨이지회에는 코웨이지부(설치수리직군), 코웨이CL지부(영업관리직군), 코웨이생산본부지회(생산직) 등 3개 지부가 있는데 코웨이CL지부가 산불 관련 대응을 요청하는 공문을 함꼐 보냈다.
회사 측은 자연재해 상황에서 방문 점검원들을 돕고 현장의 어려움에 공감하려는 취지로 일회성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코웨이 관계자는 “고용형태나 제도와 별개로 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도의적 판단으로 마련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특수고용직인 이들의 임금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가전통신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연수기 등 모든 제품에 대한 점검 수수료를 10%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비데, 공기청정기 일부 제품에 대해 200~300원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교섭 결렬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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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관계자는 “회사는 교섭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하고 있고 앞으로도 신의와 원칙에 입각한 진지한 교섭을 통해 모두에게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가전노조는 코웨이 뿐 아니라 SK매직 등 동종 업계에도 산불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재난 상황에서 휴업수당 등 노동 기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며 “코웨이 뿐 아니라 동종 업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난 대응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