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칩 이미지. 언스플래쉬
인공지능(AI) 시장이 성장하면서 동아시아의 탄소배출량이 2030년까지 최대 1680만t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환경단체는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AI 기업들은 AI 칩 제조가 동아시아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0일 ‘인공지능 시대의 그림자’ 보고서를 펴내고 AI에 들어가는 고성능 반도체 칩 제조로 전력소비가 급증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또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피스는 AI 칩 제조로 인한 전력소비가 2030년 최대 3만7238기가와트시(GWh)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3년 AI 칩 제조 전력소비의 170배에 달하는 양이다. 단체는 대표적인 AI 반도체칩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AMD의 6가지 칩 제조에 투입된 2023~2024년 전력 소비량을 분석해 전력소비량을 도출했다. AI 칩 제조로 인한 전력소비는 지난해(984GWh) 이미 2023년보다 3.5배 증가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칩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의 대부분을 동아시아 지역에서 하고 있다.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는 여전히 화석연료에서 전력을 얻고 있어 AI 제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83.1%, 일본은 68.6%, 한국은 58.5%의 전력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2030년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168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까지 AI 관련 칩 제조에 소비되는 전력량 예측치. 그린피스 제공
한국에서 AI 칩 제조로 인한 전력 소비량은 2023년 134.6GWh에서 지난해 315.2GWh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5만8000t에서 13만5900t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그린피스의 동아시아 공급망 프로젝트 책임자인 카트린 우는 “엔비디아·AMD 같은 팹리스(생산라인 없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는 AI 산업의 성장으로 막대한 돈을 쓸어 담고 있지만 동아시아에 위치한 자사의 공급망이 초래하는 기후 영향에는 무관심하다”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AI 칩 제조는 화석연료 발전 증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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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경기 용인에 204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규모 전력공급을 위해 용인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엔 SK하이닉스의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이 승인됐다.
양연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LNG는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반도체 제조 시설에 재생에너지 공급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에너지 집약적인 반도체 시설을 분산해 전력망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