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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시장 조작’

입력 2025.04.10 18:15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사건 발생 전 이스라엘 상장지수펀드(ETF)에 공매도가 급증했다. 누군가 테러 발생을 미리 알고 주가 하락에 투자해 돈을 벌었음을 의미한다. 2001년 9·11 사태 직전엔 일부 항공사 주식에 ‘풋옵션’ 매수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풋옵션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다. 요즘 금융시장은 대형 사건 발생이나 주요 정책을 1분 전에만 미리 알아도 막대한 부를 챙길 수 있다.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의 관세정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고려할 때 관세 관련 정보에 대한 미 당국의 보안 유지는 필수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거꾸로다. 공식 발표 전까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도 부족할 판에 사전에 정보를 흘렸다. 9일 오전 9시37분(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945만명 팔로어에게 “지금이 매수하기 좋은 시점입니다!!! DJT!”라고 썼다. DJT는 그의 이니셜이자 뉴욕 증시에 상장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NAS:DJT)’의 종목 코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오후 1시18분 트루스소셜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행위는 ‘시장 조작’ 소지가 있다. 관세 유예 깜짝 발표 후 미국 뉴욕 증시는 10% 정도 급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주주인 DJT는 2배 높은 21%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증권거래소법은 시장 조작을 ‘증권에 인위적인 가격을 창출하거나 인위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거래’로 정의한다.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삼부토건이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비견된다.

위법성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핵폭탄급 정보를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일까. “내 말을 들으면 흥하고 그러지 않으면 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다. 한국의 개미 투자자도 트럼프 대통령과 소셜미디어 친구 맺기를 해야 할 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수요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수요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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