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미국에 파견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조현동 주미대사 등과 화상회의를 하며 상호관세 관련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6·3 조기 대선 출마설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의 출마 권유가 줄잇고, 한 대행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국가 비상상황과 대선을 관리해야 할 권한대행의 출마가 거론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내란 극복과 국민 통합이 시대정신인 대선을 분란·불신으로 물들이겠다는 것인가. 국가와 헌법 수호 의지가 있다면, 한 대행은 즉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 일부가 그런(한 대행 출마)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추측한다”며 당내 한 대행 차출·출마설을 사실상 시인했다. 한 대행 출마는 윤상현·박덕흠·성일종 의원 등 친윤계를 중심으로 거론된다. 출마 촉구 연판장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의원은 이날 호남지역 당협위원장들의 한 대행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주선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망동 책임을 함께 져야 할 친윤계가 당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다시 ‘대선 주자 영입’ 술수를 부리는 것인가.
문제는 한 대행의 처신이다. 출마설 침묵부터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출마 여부’를 질문받자 ‘고민 중이고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즉답을 피했다. 보안을 요하는 정상 간 통화가 하루 만에 흘러나온 것부터 몸값 띄우며 여론을 떠보려는 자작극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기습 지명해 분란을 일으킨 것도 국민의힘 지지층의 환심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가.
조기 대선 정국에서 권한대행의 최우선적 책무는 공정한 관리다. 심판 노릇하다 선거에 뛰어든다면 누가 신뢰하겠는가. 출마한다면, 지금 언행이 작정한 ‘관권·사전 선거운동’이라 비판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국가적으로 심각한 경제·민생·외교안보 위기에 전심전력해도 부족할 판에 정치권 손짓에 부화뇌동하고, 권력욕으로 대선에 나서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인 처신이다.
한 대행은 지체 없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출마를 강행할 것이라면 당장 직을 내려놓고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 아닌 척 있다가 국민들 뒤통수라도 치겠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 불신과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중립적인 대선 관리를 선언해야 한다. 계속 침묵하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도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