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가운데)과 이광호 경호본부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호처를 사조직화했으며 직권남용 등 갖은 불법 행위를 자행해 조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이 연판장에 700여명의 경호처 직원 중 상당수가 참여했다고 한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경호처에서 직원들이 수뇌부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건 초유의 일로, 이들이 직원들의 신망을 얼마나 잃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호처장 직무대행인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진작 물러났어야 했다. 공수처·경찰의 윤석열 체포·수색영장 1차 집행을 한남동 관저에 차벽·철조망·인간벽을 쳐 막도록 주도한 게 이들이다. 이들은 2차 집행도 막으려 했다. 윤석열은 경호처 간부들에게 “총을 쏠 수 없냐”고 했다. 김 차장에게는 ‘경호구역을 완벽하게 통제하라’고 지시했고, 김 차장은 ‘말씀 주신 내용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했다. 상식을 가진 대다수 경호처 직원들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공수처·경찰과 경호처 사이에 유혈 충돌이 벌어졌을 수 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국가기관인 경호처를 윤석열의 사병 조직처럼 운영하며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법치 질서를 유린하며 국가적 혼란을 키웠다. 김 차장은 비상계엄 직후 경호처의 비화폰 관리 직원에게 내란 연루자들이 썼던 비화폰 단말기 데이터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 모든 것이 절대 용납해선 안 될 중대 범죄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언론 인터뷰에서 “경호처는 대통령만을 위해 존재하는 대통령 사병 집단이 맞다”고 하고,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고 직언한 부장급 간부를 해임하려고 하니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김 차장은 경호처 징계위가 해임을 결정한 이 간부의 해임안을 지난 9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제청했다. 한 대행은 결코 내란 수괴 비호자들이 올린 해임안을 수용해선 안 된다.
경찰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수사에 다시 속도를 내야 한다. 지난달 법원이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건 구속 취소로 풀려난 윤석열의 경호상 필요성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고, 11일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한다. 김 차장 등의 수사를 막던 장애물이 치워진 것이다. 경찰은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윤석열의 체포·수색영장 집행 방해 혐의도 본격적으로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