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독자위원회 4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4월 정기회의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2025년 4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정연우 위원장(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김소리(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최정묵(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 오용석(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팀장), 김예희(다인세무회계 회계사), 김용(한국교원대 종합교육연구원장) 위원이 참석했다. 경향신문에서는 박병률 탐사기획에디터 겸 경제에디터가 내부위원으로 참석했다.
경향신문의 3월 온라인·오프라인 콘텐츠를 평가한 이날 회의에서는 안동·의성·산청 등 영남권을 덮친 사상 최악의 산불과 관련, 재난보도 준칙을 잘 준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산불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면서도 재해를 과장하거나 피해자에게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등 흥미 위주 기사와 특정 기관에 비판을 집중하는 마녀사냥식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3월에는 사교육비 관련 기사들이 많았는데 사교육비 기사는 자칫 막연한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보도 전에 한번 더 고민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또 교육 관련 사안은 복합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단편적 분석을 지양하고 여러 측면을 들여다봐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오용석 = <지구온난화로 땅속 수분함량 급감…회복 어렵다>(3월30일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분 증발, 건조한 대지 등이 대형 산불로 이어지고, 산불이 발생하는 횟수와 빈도를 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분석이 좋았다. 스토리텔링형 기사도 인상적이었다. <밀물에도 잠기는 해안도시…턱밑까지 차오른 기후위기>(3월23일자)는 기후위기 주제로 전 지구적 기상현상 보고서에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를 추가하고, 영화 <워터월드>까지 언급하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기사를 잘 작성했다. <‘무해한 달리기’ 지구에 해가 되지 않도록 마라톤을 뛴다는 것>(3월24일자)은 취재기자가 마라톤에 직접 참여해 르포 형태로 작성, 독자들이 인상 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지난 3월 탄핵 국면이라는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전 회기 때도 특위가 구성됐지만, 별다른 활동 없이 유명무실해진 데 대해 비판이 많았다. 이번 특위는 이전과 비교하면 입법권도 가지고, 예산에 대해 의견을 내고 조율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어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후 특위가 어떻게 구성됐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기사가 전혀 없어서 아쉬웠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14주년을 맞아 보도한 기획기사 <핵발전소 지역의 목소리>는 핵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잘 담아냈다. 아쉬운 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한국의 원전 정책이 윤석열 정부 들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소개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이 기사를 보면서 한국 정부의 정책을 고민할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완성도가 있었을 것이다.
■김용 = <상품이 된 ‘#대치맘’ “부동산·교육 둘 다 잡아볼까요?” “자녀 둘 다 회장 됐어요”>(3월11일자), <입시경쟁에 학생 떠밀고 ‘킬러’ 때려잡은 결과는?…“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자녀 둘 325만원 사교육비 공개, ‘흉’ 아니잖아요?”…연예인 사교육 유튜브에 뒤섞인 공감과 반감>(이상 3월13일자) 등 3월에는 사교육비 관련 기사가 많았다. 사교육비 관련 기사들은 막연한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다. 기사를 보고 나면 왠지 사교육을 시켜야 되겠다, 무섭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 사교육비 기사는 단순 사실보도라고 해도, 독자들에게 사교육 참여를 북돋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교육 관련 보도가 어떤 사회적 효과를 발생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더 했으면 좋겠다. <고교학점제 대비 어머니 여전히 늦으셨어요>(3월11일자)는 고교학점제와 사교육비가 큰 관련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지만, 기사를 읽어보면 고교학점제에 따른 불안이라기보다 2028년 대입과 관련된 불안이 훨씬 크다. 대입에서 내신 5등급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게 핵심적인 원인이고 고교학점제는 2차적 원인으로 보인다. <‘초등생 사교육 증가’ 전국 1위는 전남…전국 첫 ‘학생수당’이 사교육 늘렸나>(3월17일자)는 학생수당이 사교육 늘렸구나, 이런 인상을 갖게 한다. 하지만 검토해봐야 할 게, 전남 지역은 사교육 참가가 가장 낮고 사교육 인프라도 굉장히 열악하다. 사교육도 예체능 등 다양하다. 전남에서 사교육이 늘었다고 하는 건 여러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생수당을 딱 지목해 가장 큰 문제인 것처럼, 전체적으로 그런 인상을 전달하는 건 좀 문제 아니었을까. 바뀐 2028년 입시와 의대 정원 확대 등이 결합해 사교육비를 굉장히 크게 증대시키고 있는데 정책변수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가 아쉬웠다. 추가 취재를 해줬으면 하는 사안도 있다. ‘7세고시’ ‘4세고시’ 문제로, KBS가 2월에 보도해 현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경향신문은 잘 다루지 않았다. 유아 사교육비, 유아 정신건강, 유아 발달 등은 한국 교육이 막장으로 가는 마지막 현상같이 보이는데 이 부분을 깊이 있게 취재해줬으면 좋겠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는 지난해까지 굉장히 큰 이슈였다가 지금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도가 잘 안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도 전면 시행되고 있는데 현장에서 여러 가지 혼란이 많다.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김소리 = 산불 관련, 이화여대 학생들이 이주민을 위한 산불 대피소 지도를 만들었다, 이주민을 위해 영어 버전도 만들었다 등 이런 소소하고 따뜻한 보도가 좋았다. <“재난 속 동물들도 고통 느끼는 존재”…산불 현장에서 동물 구조한 사람들>(4월2일자)도 인상 깊었다. 산불 상황에서 동물에 대한 대피 시스템이 전혀 없다. 동물과 같이 갈 수 있는 대피소도 없다. 소나 돼지 등 농장동물들은 더 답이 없다. 애초에 구해야 된다는 인식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점점 생명에 대한 중요성과 이에 대한 인식이 커지기 때문에 이건 우리가 개선해야 될 부분이다. 동물 재난 시스템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 경향신문은 다른 매체에 비해 동물 생태, 이쪽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한겨레나 한국일보 등을 보면 동물에 특화된 기자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좋았던 보도가 ‘경향식 뉴스토랑’에서 신종 펫숍 문제를 다룬 것이다. 보호소라고 명칭을 걸어놓지만 실제 가보면 그냥 반려동물을 파는 펫숍이다. 그런 데가 성행하고 있다. 심지어 파양하면 받아준다고 하는데, 돈만 받고 생매장하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는데 이 문제를 잘 다뤄줬다.
■최정묵 = <3차 국정협의회도 30분 만에 파행…연금개혁 이견 여전>(3월10일자), <대통령실 “반도체 특별연장근로 보완은 응급조치…반도체특별법 통과돼야”>(3월12일자), <연금개혁 여당에서 반발 거센 이유…장외투쟁 소극적인 지도부에 대한 불만?>(3월23일자), <이복현 사의 표명…“상법 거부권, 윤 대통령 있었다면 행사 안 했을 것”>(4월2일자) 등은 정치 기사면서 정책을 다루고 있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벌어지는 행태는 알겠는데, 논란이 되는 내용은 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제안하는데, 온라인 기사에서는 꺾쇠를 달아서 구분해주면 어떨까. [청년정책/2025복지개편안] 이런 것을 기사 앞에 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 기획보도 또는 과거기사 링크를 연동하면 단발성 이슈를 보는 게 아니라 정책 흐름을 연관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독자들이 정치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정연우 = 온라인에서 경향신문 키워드 검색이 좀 잘 안되는 것 같다. 키워드 검색 기능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은숙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내전과 공존>(3월19일자)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 사회가 분열된 이 상황에서 생각이 다른 이들과 어떻게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담긴 칼럼이었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해치거나 단호히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대립이 영원해지니까. 민주주의가 배제 없는 사회라면 공존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라는 취지의 글이었다. 하지만 SNS에서는 사회가 진보하는 게 중요한 건데 정희진 글은 너무 문학적이고 추상적이다, 현실을 잘 모르는 글이다라는 반대가 있는가 하면, 생각한 것보다 공존은 중요한 문제다, 같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진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찬성도 있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보면 이 문제는 더 깊이 있게 다뤄져야 할 것 같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지체 없이 탄핵 선고를 내려달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유흥식 추기경 “헌재, 지체 없이 ‘정의의 판결’ 내려달라”>(3월21일자)를 보면 교황은 서로 존중하는 삶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고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도 통하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기본값이라 받아들이라고 했다. 이 기사를 보고 공존의 문제란 무엇일까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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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희 = 홈플러스 회생 신청과 관련해 <“홈플러스 임대료 안 들어오고 공매 압박”…연쇄 피해 우려 현실화>(3월18일자) 단독기사가 있었다. 그런데 읽다보면 홈플러스를 사들인 사모펀드 MBK가 ‘나쁜 놈’으로 나온다. 어휘 선택만 봐도 ‘나몰라라식의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 등 부정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들이 무얼 잘못했는지를 지적하는 게 어땠을까. 사모펀드가 불법은 아니다. <“무리한 차입매수 폐해” “MBK 실패 사례일 뿐”…사모펀드 경영 방식 ‘설왕설래’>(3월16일자)를 보면 사모펀드 경영 방식 이야기가 나오는데 차입매수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대부분 부동산펀드는 차입으로 이뤄진다. 차입이 문제가 아니라 홈플러스를 너무 비싸게 산 게 문제가 아닐까. 너무 비싸게 샀기 때문에 이익을 내지 못하고 폐점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거다. 여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언급 없이, MBK 나쁜 놈이고 대출 일으켜서 사면 안 된다식으로 단순하게 보도한 것 같아 아쉬웠다.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한국 사회가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기사가 좀 더 깊이 다뤄졌으면 좋겠다.
■정연우 = 경향신문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조속한 회복이라는 시각에서 전반적으로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이 분열에 ‘마침표’를 찍어라>(3월26일자)는 눈에 확 들어오는 편집이 돋보였다. ‘김광호 칼럼’ <‘계엄 양비론’을 허용해선 안 되는 이유>(3월27일자)는 계엄 양비론을 명쾌하게 비판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다룬 <33개 지표로 살펴본 ‘한국 사회 불평등 보고서’>(3월11일자)는 통계를 통해 한국 사회 불평등 현실을 잘 드러내주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한국의 불평등 상태를 구체적 수치로 도표로 그려줘 시각적으로 와닿았다. 미국이 왜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는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원전 등 에너지 문제,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내용은 보도되지 않고 있다. 어떤 우려가 있을 수 있는지 다른 나라 사례 등을 통해 좀 더 취재해 다루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동 지역 등 연쇄적인 대형 산불 기사는 재난보도 준칙이 있는데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 위험을 과장하거나 피해자를 감정적으로 접근하거나 이상한 사연들을 흥미 위주로 보도한 기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용어를 쓰거나 특정 단체나 기관을 마녀사냥하듯 지나치게 공격하는 기사도 없이 사실 중심으로 보도했다. <‘천원의 행복’ 다이소…이젠 아파트·자동차도 팔겠네>(4월1일자)에서 다이소가 자영업자의 블랙홀이 된다고 했는데, 기사에서 말한 자영업자가 누군지 모르겠다. 경쟁관계에 있는 유통업체는 대체로 마트나 백화점, 약국, 올리브영 등인데 이런 곳들이 우리 사회가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인가 의문이 들었다. 다이소 현상은 한국 사회의 거의 유통혁명이니 납품업체와의 관계, 소비자 편의성 등 종합적으로 다뤄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