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

입력 2025.04.10 21:30

수정 2025.04.10 21:34

펼치기/접기

봄을 맞아 베란다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중 부피가 제법 큰 것들을 추려 집 앞에 내놓았더니 그야말로 한 무더기였다. 주민센터로 가 대형 폐기물 수거 신청서를 끊고 돌아오는데, 어느 가게 구석에 뜬금없이 크리스마스트리가 아직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4월이 되어 결국 봄을 맞이했고, 드디어 모두가 벚꽃놀이에 두릅이며 도다리며 제철 재료 이야기를 하면서 바뀐 계절을 이야기하는데, 초록색과 빨간색의 성탄 장식은 꽤 신기한 노릇이었다. 아마 가게 주인이 계절이 변하는 것에 큰 감흥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딱히 치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기야 내 지인 중 하나도 자기가 운영하는 가게에 마땅한 여유 공간이 없어, 트리는 사시사철 한자리에 두고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에만 장식을 달아놓고는 했다.

과자와 빵을 파는 곳에서도 철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종종 본다. 대형 제과점에는 봄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딸기 디저트가 냉장 쇼케이스를 장식하고 있고, 몽블랑이나 밤식빵 같은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메뉴들도 이제는 꼭 그 계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그런 ‘계절을 떠나보내지 않는’ 디저트가 한 가지 생긴 더 생긴 것 같다. 거리를 걷다 마주하게 되는 ‘힙한 듯’ 보이는 개인 매장들에서 찾을 수 있는 메뉴 중 하나로, 바로 ‘갈레트 데 루아’라는 파이다. 이것은 반죽에 아몬드 크림을 넣어 구운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절 과자 중 하나인데, 프랑스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인 1월6일이 껴있는 주에 먹을 수 있는 전통 과자다. 파이 안에 ‘페브’라고 부르는 작은 도자기 인형이 들어있고, 파이를 나눠 먹다 자기 몫에서 페브를 찾아낸 사람은 그날 하루 종일 왕 대접을 받으며 재미난 하루를 보내고는 한다. 대축일 즈음에는 사람들이 가게 앞으로 길게 줄을 서 이것을 사가고는 하지만, 그때가 지나면 제과점의 진열대에서는 모습을 감춘다. 그 시기가 지나면 아몬드 크림을 넣고 만든 파이들은 ‘피티비에’니, ‘쇼송’이니 하는 이런저런 다른 이름과 약간씩 달라진 형태로 먹을 수 있게 된다.

이 오래된 디저트가 한국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다가 SNS의 파급력 때문인지 최근 몇년 사이 작은 매장들의 인기 메뉴가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실 4월이라는 시기를 생각하면 ‘주님 공현 대축일’ 기념 디저트가 아닌 부활절 디저트가 보일 때이지만, 아마도 토끼 모양 초콜릿이나 둥지 모양 케이크는 아직 SNS 유행을 타지 못한 모양이다. 한동안 별것 아닌 그 과자의 모습이 신경 쓰여 주위 젊은 셰프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니 아무래도 이 아몬드 파이의 반죽 위에 칼로 기교를 부리는 맛이 크다는 것 같았는데, 그런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예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분명 흐르는데, 크고 작은 풍경이 바뀌지 않는 것은 영 이상한 일이다. 계절이 바뀌면 그것이 크리스마스트리이든, 제과점의 과자이든 아니면 사람이든 치워버릴 것은 진작에 치우는 것이 맞다.

박준우 셰프

박준우 셰프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