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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사건이 던진 질문 ‘수사 목적은 기소뿐인가’···“피해자 회복 제도 정비 필요”

한민경 경찰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한민경 경찰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사건이 일어난 시점부터 끝날 때까지 가해자의 손에 의해 모든 것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담하다.”

고 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이윤슬씨(가명)는 지난 9일 여성단체에 전한 발언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7일 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을 그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끝낼 예정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 수사의 목적이 기소뿐이어야 할까’라는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의 사건에선 가해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수사기관의 수사는 ‘가해자에게 형벌을 주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행위에 실익이 없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그 사이에서 피해자는 사건이 종결됐다는 통지만 받을 뿐이다.

논문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한 ‘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관행에 대한 고찰>은 이 관행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한민경 경찰대 범죄학과 교수는 지난 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피의자가 사망했다고 종결만 할 게 아니라 수사결과를 알려서 공동체에 ‘실체적 진실’을 공유하고 피해자에게 갈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한 교수는 처벌을 위한 ‘응보적 사법’과 함께 피해자를 위한 ‘회복적 사법’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의 목적이 가해자 처벌에서 끝나지 않고, 범죄의 재발과 2차 피해 방지, 공동체의 회복 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 전 의원 사건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피해자가 없는 사실을 지어낸 사람처럼 매도되지 않기 위해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이 피해자에게 통지할 때 불송치 이유서의 ‘비고’란이나 별도 서면을 통해 수사결과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사기관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면서 수사결과를 공개한 사례도 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9월 ‘봉화 농약 사건’에 대해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면서도 수사결과를 알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경북 봉화군 한 경로당에서 커피 등을 마신 60~70대 여성 4명이 쓰러진 사건이다. 경찰 수사결과 피해자들이 나눠 마신 음료수 종이컵 등에서 농약 성분이 발견됐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숨진 A씨(85)였다. 한 교수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본다”며 “수사결과를 알리지 않았다면 누가 피의자였는지도 서로 몰라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때 ‘수사 내용을 알려야 할 경우’를 정한 세부 규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에는 불송치에 관한 규정이 없고, 수사준칙·경찰수사규칙에는 ‘피의 사실과 불송치 이유’ 정도만 적게 돼 있다. 한 교수는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경찰수사규칙 등을 고쳐서 ‘피해자에게 통지해야 할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보완하지 않으면 유사 피해가 반복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서 규명해야 할 실익이 있거나,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등에는 수사를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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