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를 위한 보드게임 제작’ 수업 출강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UNIST 제공
세계 최정상급 프로 바둑 기사였던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이제는 바둑을 잘 두는 사람보다는 잘 만들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라고 11일 말했다.
이날 UNIST 공학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 교수는 이같이 밝히면서 “인공지능(AI)과 협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 UNIST 기계공학과 특임교수로 임용됐으며 올해 1학기 ‘과학자를 위한 보드게임 제작’이라는 수업을 맡아 출강하고 있다. 격주로 열리는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보드게임을 설계하고 만든다. 수업 목표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14회 우승한 최정상급 프로 바둑 선수였으며 2019년 은퇴했다. 2016년에는 AI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을 펼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국 결과는 알파고의 ‘4대 1’ 승리였다. 이 대국은 AI 능력과 발전 속도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대국 전만 하더라도 AI가 인간을 이길 정도의 바둑 실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현재 AI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진화해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AI는 바둑 외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알파고와 대결하며 얻은 영감을 UNIST 학생·연구자들과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공공을 위한 방향으로 AI가 발전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라며 “인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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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아동의 창의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AI와 대화하면서 아이들이 더 빨리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종래 UNIST 총장은 이 교수의 초빙 배경에 대해 “인간과 AI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었던 인물”이라며 “AI 기술을 더 넓고 깊은 시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교육·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