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유예 후 동맹 규합 구상
시장·전문가들, 현실성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조치를 유예한 90일 동안 70여개 국가와 속전속결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자신감을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특히 ‘무역 치킨게임’에 돌입한 중국과의 합의는 첫발 떼기부터 난망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며 관세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역시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90일 안에 90건의 협상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수석 협상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는 전략적으로 고안된 계획 중 일부이며, 다수 국가가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 안달한다는 정부 측 입장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현실적으로 90일이란 짧은 기간 내 수십개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과 무역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CNN 등은 짚었다. 당장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14일 첫 번째 본격적인 관세 협상을 위해 백악관을 찾을 예정인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일정상 아르헨티나에 방문해 회담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정부가 수많은 협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키우는 사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무역협정은 몇달에서 몇년에 걸쳐 진행되는 복잡한 논의로 꼽힌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철강 조항을 개정하는 데만 8개월이 걸렸고,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은 협상에 착수해 발효까지 2년 넘게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이런 점을 고려해 의회 입법이 필요한 무역협정 대신 일단 다른 나라와 예비 합의를 하고, 정식 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협상하는 문제는 난관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을 기대한다는 발언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나, 중국은 강경 대응을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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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국 예상과 달리 중국이 단순히 관세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는 것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무역 시장의 혼란을 이용해 입지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정부는 90일간 협상을 통해 동맹국을 규합한 뒤 함께 중국에 맞서겠다는 구상이다. CNN은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EU와 캐나다, 멕시코 등 오랜 관계를 이어온 동맹국도 가리지 않고 위협해온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구호와 상충한다”며 “그들이 (미국 요청에) 응해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