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람보> 개봉 당시 신문광고.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0년대 미국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영화 <람보> 시리즈의 첫 편인 <퍼스트 블러드>를 만든 영화감독 겸 제작자 테드 코체프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3일 UPI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 코체프가 지난 10일 멕시코의 한 병원에서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아들 토머스가 밝혔다.
1931년 캐나다 토론토의 불가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고인은 토론토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캐나다 방송사인 CBC에 입사해 프로듀서로 일했다. 이후 영국 방송계와 런던 웨스트엔드 등에서 활동하던 코체프는 1960년대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1971년작 <웨이크 인 프라이트>(공포의 자취)로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현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를 만큼 평단의 지지를 얻었고, <더디 크레이비츠의 수습 기간>(1974)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대상(황금곰상)을 받았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뒤에는 국내 개봉명 <람보>로 알려진 <퍼스트 블러드>의 성공과 함께 대중적 지명도가 높아졌다. 2019년 5편까지 제작이 이어진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람보> 시리즈는 베트남전 참전 영웅의 액션 영화로 유명하지만 코체프가 연출한 1편은 후속작들과는 결이 달랐다.
데이비드 모렐의 소설 <퍼스트 블러드>를 각색한 동명 영화에서 주인공 ‘람보’는 전쟁의 참상과 트라우마를 표상한 반전(反戰) 캐릭터였다. 이어진 시리즈 2~5편은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 후속작들에서는 1편의 메시지보다 액션물 성향이 강조되면서 로널드 레이건 시대 미국 패권주의를 상징하는 영화로 전 세계에 각인됐다. 코체프는 이후 <지옥의 7인>(1983), <베니의 주말>(1989) 등을 내놓으며 필모그래피를 이어갔다. 1990년대에는 TV로 복귀해 미국 NBC에서 시즌 20까지 장기 방영된 범죄·법률 드라마 <로 앤 오더>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코체프는 2016년 불가리아 시민권을 취득했고, 불가리아 인접국인 북마케도니아의 예술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