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의 개헌·대선 동시 투표 제안은 큰 논란을 낳았다. 다양한 반대 의견이 제기됐으나 단연 눈에 띈 것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시기상조라는 주장, 즉 ‘내란 종식 우선론’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다수 의원들이 개헌에 동의하면서도 당장은 어렵다며 내세운 논리다. 하지만 “내란 완전 종식, 그것만이 최선이자 최우선 과제”(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라고 했을 때, 개헌은 왜 내란을 ‘완전 종식’하는 과제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국회의장발 논란은 개헌의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곧 ‘내란 종식이란 무엇인가’를 둘러싼 논란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종식에 앞서 내란이 무엇이었는지 우선 따져봐야 한다. 내란 세력은 누구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그것은 개인이나 집단, 파벌일 수도 있고 특정 정당이나 국가기관일 수도 있다. 또한 제도나 법률일 수도 있으며 정치문화나 규범일 수도 있다. 나아가 현행 헌법도 종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란을 촉발한 여러 원인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충분한 토론 없이 ‘내란 종식 우선’만 외치는 건 의아할 수밖에 없다.
크게는 내란을 단발적으로 발생한 특수한 사건으로 볼 것인지, 구조적·연속적 성격에 초점을 둬 볼 것인지에 따라 내란 종식 과제가 달라질 수 있다. 국회의장이 개헌 담화에서 내란 배경으로 지목한 “대통령 권력을 둘러싼 파괴적 갈등” “극단적 대결 정치”는 후자의 인식에 기반한다. 그렇다면 개헌은 내란 종식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내란 종식 우선론 외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에는 ‘현행 헌법 옹호론’도 있다. 계엄·내란을 정지시키고 대통령을 파면한 것도 헌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치가 대통령을 놓고 벌이는 쟁투의 다른 모습이라는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우리 정치는 “권력의 정상을 향해 상승 기류를 타고 돌진하는 모습”(그레고리 헨더슨)을 띠고, 대통령의 교체는 곧 “실현 가능한 변혁의 지표”(김윤철)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문제는 ‘민주주의 문제’나 ‘체제의 문제’가 아닌 ‘대통령 문제’로 이해돼 왔다. 게다가 대통령을 둘러싼 쟁투는 승자독식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모든 정당은 역량과 자원을 동원·조직하며, 그 결과 “극단적 대결 정치”(정치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심화한다. 나아가 이런 식의 중심을 향한 ‘소용돌이 정치’ 구조는 ‘힘의 숭배’와 ‘독점적 권력 소유’ 경향을 필연적으로 강화한다.
이를 내란이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독해하면 곤란하다. 정확히는 이와 같은 정치구조가 내란을 낳을 각종 자양분이나 핵심적인 토대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만약 파면에 그치지 않고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리하여 포스트 계엄 체제를 만들어내길 원한다면 우선 그 내란이 무엇을 뜻하는지 풍부한 토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