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교과서 지식보다 ‘살아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교과서 지식보다 ‘살아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 전재학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최근 한 인터넷 교육언론 매체에 따르면 경기지역 공립고 교감이 전국 10개 시도교육청이 권고한 ‘윤석열 탄핵 헌재 선고 TV 시청’ 교육과 관련해 교사들에게 “진도에 신경 써라, 정상 수업을 운영하라”고 지시하면서 교사들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지시가 “민주시민 교육을 방해하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

이 교감은 “사전 평가계획에 따라 수업(교과진도 계획)은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교감의 지시는 현행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민주시민 교육에 대한 지침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가 매체 교육은 정상적인 수업이 아니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일찍이 미국 실용주의 교육철학의 대가인 존 듀이는 “1g의 경험이 1t의 지식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살아있는 현장 경험을 통한 교육이 교과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이런 사상을 반영하듯이 최근 교육은 ‘삶의 힘’을 기르는 실생활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교과서 지식보다는 삶 속에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이른바 실사구시, 실용주의 교육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바람직한 민주시민 육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지덕체(智德體) 교육을 넘어 ‘타인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인간 육성’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 육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곧 “배워서 남 주자”는 가치관이 더욱 진화해 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민주시민, 세계시민으로 키우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공감과 공유, 연대와 협력을 실천하는 역량 있는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다.

우리는 값비싼 희생과 국가에 대한 헌신으로 이 땅에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루어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국가의 모델로 성장했다. K팝과 K드라마는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는 문화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그런데 그런 한류의 전성기에 ‘마른 하늘에 청천벽력’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발생한 12·3 비상계엄은 우리 민주주의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세계는 그런 우리를 보고 ‘결함 있는 민주주의’ ‘독재화가 진행되는 국가’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는 교과서 지식에 의한 민주주의 교육을 뛰어넘어 실생활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경험하는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려면 보다 유연한 교육으로 학교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 학교의 갈등 사례를 보면서,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계엄이란 참극을 예방하는 민주주의 교육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교과서 교육은 어느 때든지 가능한 것 아닌가.

해당 교감은 왜 이 같은 판단을 하지 못했을까. 그가 정치적 편향성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를 방해하려 했다면,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죄인이자 비상계엄의 공범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 교육은 다양성을 더욱더 견지하면서 보다 포용적이고 완전한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적어도 교육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숭고한 임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재학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