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23일,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을 때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영국인들은 EU의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통제권’을 되찾고 ‘대영제국’의 영광을 회복하길 원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후 영국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런던정경대학교 경제실적센터에 따르면 1만6400개의 중소기업이 EU 시장 수출을 중단했고, 경제성장률은 EU 회원국 평균보다 낮아졌다. 결국 브렉시트를 주도한 보수당은 2024년 7월 총선에서 참패했다.
2025년 4월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은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닌, 미국이 스스로 구축한 세계 질서에서 이탈하는 ‘아메리시트(Amerexit)’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미국(America)과 출구(Exit)의 합성어로, 지난 100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경제 시스템과 다자주의 질서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후변화 협약 등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기구와 협약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 아래, 다자간 협력보다 미국 중심의 일방적 행동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이안 브레머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전 세계적 규모로 확장된 브렉시트와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스탠퍼드대 대니얼 스나이더 교수는 “트럼프의 이번 공격은 미국이 만들고 주도한 전후 질서에 대한 광범위한 해체 시도”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폭탄은 브렉시트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브렉시트 당시 영국 유권자들이 경제적 종말론에 대한 경고를 무시했듯이, 지금 미국 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반대하지만,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세계 질서 설계자의 ‘의무’를 벗어던지는 것이 당장의 경제적 피해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수많은 국제기구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개방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했다. 이 질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등장으로 사실상의 ‘아메리시트’가 진행되면서 다자간 협력 체제는 무너지고 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예일대 분석에 따르면 미국 물가가 1.3% 오르고 가구당 2100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하며,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0.4%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미국 내 일부 산업을 보호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호관세는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며, 무역 파트너들의 보복 조치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미국이 스스로 구축한 국제 질서와 제도에서 물러남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소프트 파워가 크게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감소시켰듯이, 미국의 ‘아메리시트’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적 위치를 약화할 것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시트’는 미국 주도로 형성된 세계 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미국이 국제 협력의 장에서 물러나면 중국이 그 공백을 채우려 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해 대안적 국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관세로 타격을 받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친중’ 노선으로 급격히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