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혼남녀 10명 중 4~5명이 결혼을 망설이거나 의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혼남녀 10명 중 4~5명이 결혼 의향이 없거나 망설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여성보다 결혼생활 비용이나 소득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꼈고, 여성은 가부장적 문화나 결혼으로 인한 커리어 지장에 대해 우려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14일 공개한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미혼 남성의 41.5%, 미혼 여성의 55.4%가 결혼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협회는 지난해 10월 22~44세 남녀 2000명(미·기혼 각 500명)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가치관을 조사했다.
결혼의향이 없거나 망설이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면 남녀간 관점의 차이가 확인된다. 남성은 ‘결혼생활 비용 부담’(25.4%), ‘독신생활이 좋음’(19.3%), ‘결혼보다는 일 우선’(12.9%), ‘기대에 맞는 상대 없음’(12.1%), ‘소득 부족(10.4%) 등을 꼽았다. 여성은 ‘기대에 맞는 상대 없음’(19.5%), ‘독신생활이 좋음’(17.0%), ‘결혼보다 일 우선’(15.5%), ‘가부장적 가족 문화·관계가 싫음’(12.3%), ‘결혼생활 비용 부담’(11.6%) 등의 이유를 들었다.

미혼집단이 결혼 의향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한 이유. 인구보건복지협회 자료
결혼 조건에 대해서도 남녀 차이가 있었다. 미혼 남성의 97.3%는 상대 여성이 ‘육아·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여성의 86.6%만이 자신의 육아·가사 참여가 결혼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남성이 ’전세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남성보다 여성이 6.5%포인트 더 많이 하고 있었다. 협회는 “이러한 결과는 미혼남녀 사이에 전통적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석 결과 두 성별 모두 “맞벌이와 공동육아 참여를 원하는 공동 생계부양자 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일·가정 양립에 대한 태도 조사 결과 미·기혼 남녀 모든 집단에서 ‘양육’을 ‘일’보다 우선하는 가치로 여겼으나, 미혼 여성 집단만이 ‘일’(50.4%)을 ‘양육’(49.6%)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협회는 “근소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변화와 정책 개선에 따라 ‘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혼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력 발전 및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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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에 대해서는 미혼 남성의 41.6%, 미혼 여성의 59.1%가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는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남 34.1%·여 23.2%), ‘자녀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남 23.7%·여 23.6%) 등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명 ‘노키즈존’ 등 아동혐오문화로 인해 부모들이 얼마나 압박을 받는지도 조사했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어린 자녀 동반 시 방해가 되는지 우려된다’는 항목에 기혼 남성의 38.7%, 여성의 44.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실제 식당 및 카페에서 어린 자녀 동반시 환영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문항에 기혼여성의 44.1%가, 기혼남성의 27.8%가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