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예수의 생애>. 에인절스튜디오 제공
한국 제작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예수의 생애(The King of Kings)>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작품들을 꺾고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북미 3200개 극장에서 개봉한 <예수의 생애>는 지난 11일 개봉 후 사흘 연속(11~13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동명의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에 1위를 내줬지만, 같은날 개봉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신작 <아마추어>(3위)와 <드롭>(5위)을 눌렀다.
미국 대중문화매체 버라이어티는 한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이 같은 성과를 두고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오는 20일 부활절을 앞두고 <예수의 생애> 흥행 돌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의 현장 관객 설문조사에서 최고 등급(A+)을 받는 등 현지 반응이 뜨겁다.
이 영화는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어린 자녀들을 위해 쓴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를 각색한 작품이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인 오스카 아이작, 피어스 브로스넌, 케니스 브레너, 우마 서먼, 마크 해밀 등의 목소리 연기도 입혔다. 부모가 아서 왕 이야기에 빠진 아들에게 성경 속 예수의 생애를 들려주는 극중극 형식의 전개 방식으로 알려졌다.
<예수의 생애>는 배급만 북미의 에인절 스튜디오가 했을 뿐 기획부터 제작 전반, 스태프까지 한국 제작진이 뭉쳐 만든 한국 작품이다. 연출과 각본, 제작은 특수시각효과(VFX) 전문가로 알려진 장성호 모팩(MOFAC) 스튜디오 대표가 맡았으며, 영화 <암살>과 <1987> 등의 김우형 촬영감독과 <검은 사제들> <파묘> 등의 김태성 음악감독도 함께했다. 모팩 스튜디오는 앞서 한국영화 <해운대>, <명량> 및 드라마 <태왕사신기>,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해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등을 작업했다.
할리우드 소형 독립 배급사인 에인절 스튜디오의 자체 흥행 기록이 <예수의 생애>로 깨질 가능성도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예수의 생애>는 개봉 첫날 701만275달러(약 100억원)의 티켓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사흘간 1905만397달러(약 271억원)을 벌었다. 에인절 스튜디오는 2023년 저예산 스릴러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으로 북미에서 약 2624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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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절 스튜디오는 ‘키즈 고 프리’(Kids Go Free) 이벤트를 통해 어른 1명이 티켓을 구매하면 어린이 1명이 무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족 단위 관람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전략이 관객 유입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팩 스튜디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여름 국내 개봉을 계획하고 있으며, 한국 개봉명은 ‘킹 오브 킹스’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예수의 생애>. 에인절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