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사건 첫 정식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후에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후 10일 만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재판 법정에 섰다. 윤 전 대통령은 93분간 직접 발언에 나서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 절차, 정치활동 금지 등을 담은 포고령 집행 의사, 군·경찰을 동원한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 저지와 주요인사 체포 시도 등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이미 인정된 기초적인 사실부터 전면 부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4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오전 9시46분 중앙지법에서 약 500m 거리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빠져나와 곧바로 법원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헌재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붉은색 넥타이를 맨 윤 전 대통령은 4분 만인 오전 9시50분 법정에 도착했다.
대통령경호처가 경호상 이유로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윤 전 대통령 이동 장면은 노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사례와는 다르게 언론의 법정 내 윤 전 대통령 촬영도 허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너무 늦게 촬영 신청이 제출돼 피고인 의견을 묻는 절차를 할 수 없어 기각했다”며 “추후 재신청되면 여러 사항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피고인 동의가 없더라도 재판부가 ‘공공의 이익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면 촬영을 허가할 수 있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이어 검찰이 1시간가량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했다. 재판부가 직업을 “전직 대통령”이라 하자 윤 전 대통령은 고개만 끄덕였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비상계엄을 대한민국 전역에 선포한 후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어진 피고인 측 모두발언에서 마이크를 잡은 윤 전 대통령은 검찰 PPT 자료를 모니터에 띄워달라고 한 뒤 점심식사를 위한 휴정 전후 오전 42분, 오후 40분을 포함해 총 93분간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이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며 “방송으로 공포해놓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해서 당장 그만두는 몇 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게 도대체 인류 역사에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실시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이 전권을 갖는 것”이라며 헌재에서 탄핵당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란 주장을 반복했다. 검찰 공소장에 대해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뭘 주장하는 것인지, 어떤 로직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고 폄하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이진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이 첫 증인으로 출석하자 신문 중간에 끼어들어 “증인 신청 순서에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한 불법 체포·구속, 구속기간을 넘겨 기소한 불법 구금이 있었다며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기록이 7만쪽이 넘고, 검찰이 채택해야 한다고 밝힌 증인만 520명에 달하는 데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재판 진행 절차를 하나하나 문제 삼을 것이 예상돼 1심 선고는 올해를 훌쩍 넘길 거란 전망이 나온다. 2차 공판은 1주일 뒤인 오는 2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