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수용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이 14일 서울 종로구의 MBK 파트너스 사무실이 있는 D타워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기업회생 MBK가 책임져라’ 확대간부 결의대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관련해 MBK측에 수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MBK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현장 협력업체 직원들은 사직을 강요받고, 직영업체 직원들은 떠나는 협력사원들의 모습에 불안을 느껴 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도 전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악질투기자본 MBK는 홈플러스의 노동자와 고객,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며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왔다”며 “우리의 일터와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5월1일 노동절에 맞춰 홈플러스 살리기 국민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원들 뿐 아니라 직영 직원, 협력 직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작전점에서 23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고미숙 인부천본부장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명절도 반납해가며, 동료들의 빈자리를 기꺼이 채워가며 회사와 함께 여기까지 왔다”며 “그런데 지금 회사는 우리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직영 2만명의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가족들을 부양하고, 삶의 터전을 일궈온 10만여 명의 사람들이 있다”면서 “모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건 홈플러스의 온전한 회생”이라고 했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장은 “홈플러스는 지난 10년간 MBK의 손에서 철저히 착취당하며 망가져 왔다”며 “MBK 김병주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키지 않은 채 부동산과 점포를 팔아 빚을 청산하고, 배당금을 챙기며, 일방적인 부서 통합으로 인력을 감축해 우리들을 병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땀과 헌신으로 일군 홈플러스를 그들의 돈벌이 도구로 전락시키고 이제는 기업회생이라는 이름 아래 홈플러스를 청산하려 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두달간의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안 지부장은 이날 삭발식을 진행했다. 그는 “오늘의 삭발은 단순한 상징의식이 아닌 노동자들의 피눈물, 우리 가정의 생존, 그리고 우리가 사랑한 홈플러스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라고 했다.
노조 측은 그간 수차례 MBK에 공문을 보내 기업회생과 관련해 면담을 요구했으나 MBK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협력업체 직원들은 사직을 강요받고, 직영업체 직원들은 떠나는 협력사원들의 모습에 불안을 느껴 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장경란 경기본부장은 “매일같이 함께 일하며 같이 식사하며 다정했던 우리 협력업체분들이 3월말즈음에 전화 한통으로 권고사직을 당했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기사마다 어느 점포가 매각되고, 어느 점포가 폐점될거라는 확실치 않은 정보에 가슴 졸이며 회사 눈치만 보고 있어야 합니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