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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획본부’ 차린 의협...‘국민’ 빠진 정치개입 묘수일까, 악수일까

입력 2025.04.14 19:39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김택우 의협 회장이 대선기획본부 출범사를 발표하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제공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김택우 의협 회장이 대선기획본부 출범사를 발표하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기점으로 정치권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의협은 지난 13일 대선기획본부를 꾸려 활동에 들어갔다. 의료계의 요구를 각 당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고, 공약 채택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게될 전망이다.

직능단체로서 의협이 의료계의 요구를 적극 주장하고 나선 것인데, 의협의 전략에 의·정 갈등 상황을 1년 넘게 버텨 온 ‘국민’을 향한 설득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2월 불거진 의·정 갈등은 본래 ‘의대 정원 확대’라는 구체적 사안에서 출발했다. 윤 전 대통령이나 정부는 ‘왜, 반드시 2000명 증원이냐’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대치가 1년 넘게 지속된 사이, 국회에서는 2027년부터 의대 정원을 결정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설치 관련 법이 통과됐다. 2026년 의대 정원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종전 3058명 수준으로 한다는 타협안이 제시됐다.

의협이 지난 13일 발표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결의문’을 보면 의협은 가장 먼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즉각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두번째는 ‘정부와 국회는 의료계의 제안을 논의할 수 있는 공식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하고,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지속가능하게 재설계하라’고 적었다. 세번째에야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사과와 학습권·수련권 문제가 나온다. 이들이 말하는 의료정상화의 본질은 “지금 필요한 것은 강행이 아니라, 복원”이라는 것이다.

의협이 의대생·전공의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개원의와 전공의 사이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사직으로 상급종합병원이 마비되면서 1, 2차 병원 개원의들이 표정관리 중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들린다”며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한 유명 병원은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원의 입장에선 건보나 실손보험 등의 개정 문제만 아니면 대치국면이 지속되는 것 자체는 손해를 보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국민 부담을 증대시키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 중단’을 의대 증원 문제와 엮어서 대선 국면의 정치권과 거래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의협이 꾸린 대선기획본부를 두고 여론조사 전문가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나설수록 국민에게 미운털만 박힐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정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 13~1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해 물었다. 해당 조사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76%였다. 민주당 지지자 중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73%, 국민의힘 지지자 중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81%였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의협 관계자들이 결의문 낭독을 듣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제공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의협 관계자들이 결의문 낭독을 듣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제공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 과정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의료인력 확충과 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공약으로 걸었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원’,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의료계를)합의와 토론으로 설득할 수 없다면 권한을 통해 관철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밝힌바 있다. 정치권이 의협 측 요구를 수용하려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를 부정해야 하고, 민주당은 본인들의 이전 공약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역대 선거 국면에서 이익집단이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 여론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다”며 “의협은 정치가 아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에서 해답을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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