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페루 출신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요사. AFP연합뉴스
권력에 맞선 개인, 작품에 구현
첫 장편 ‘도시와 개들’로 명성
대선 출마 등 현실 정치도 참여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비판도
페루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요사가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의 아들 알바로 바르가스요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깊은 슬픔과 함께, 아버지 마리오 바르가스요사가 오늘 리마에서 가족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페루 안디나통신 등 현지 매체도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권력에 저항하는 개인을 작품에 구현해 내며 현실 정치 참여도 활발히 해 온 바르가스요사는 라틴아메리카 문학계의 거장으로 불렸다.
1936년 3월28일 페루 아레키파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바르가스요사는 부모의 이혼으로 두 살이 되던 해 외교관이던 할아버지와 함께 볼리비아로 이주했다. 바르가스요사는 청년 시절 페루로 돌아와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학교에 다니다가 16세에 중퇴한 뒤, 1년 전 썼던 희곡을 무대에 올리고 시를 출판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문학과 법학을 전공했으며, AFP통신과 프랑스 국영 방송 기자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장편소설과 에세이, 시집, 연극 대본 등 70여권의 책을 출간했다. 출세작인 1963년 펴낸 첫 장편소설 <도시와 개들>은 군사학교 재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사관학교의 엄격한 규율 아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사디즘, 변태행위, 자위행위, 동물을 상대로 한 행위, 동성애 등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페루 사회에 남아 있는 군사주의 문화와 위선, 폭력 등을 고발한 작품은 큰 호평을 받았다.
책은 1966년 영문판으로도 출간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나 페루에선 군사학교 관계자들에 의해 1000여부가 소각되는 등 논란이 됐다.
바르가스요사는 이 밖에도 페루 국경 지역 병사들의 모습을 풍자함으로써 군부를 비판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19세기 말 브라질의 광적인 종교 집단과 공화주의자 사이 분쟁을 다룬 <세상 종말 전쟁>, 인디오들이 채취한 고무를 착취하는 악덕 상인과 원주민 여자가 매춘부로 전락하는 과정 등 남미 사회의 갈등과 문제를 다룬 소설 <녹색의 집> 등 사회 현실을 다룬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다.
1985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 1994년에는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받았으며, 201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바르가스요사를 선정할 당시 “권력 구조의 도해적 완성, 개인의 저항과 봉기, 패배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묘사”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T S 엘리엇상, 예루살렘상, 부다페스트상 등을 수상했다.
바르가스요사는 현실 정치 참여도 활발히 했다. 젊은 시절에는 쿠바 공산 혁명을 지지하는 등 좌파 성향을 보였으나, 중년 이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했다. 1980년대 중반 페루 군사정권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한 바 있다. 1990년에는 페루 대선에 출마했으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에게 패했다.
2022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및 세계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베를린에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연설에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