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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국민의힘의 마지막 사명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개화 순서를 잊고 한 번에 피어나면서 온 천지에 꽃사태가 났다. 국민의힘에도 대선 출마예상자가 두 자릿수에 이르는 출마사태가 났다. 왜 대선을 치르게 됐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좋은 계절을 놓칠세라 너도나도 화려한 꽃무리를 이루고 있다. 무도한 권력이 기어코 헌정 질서를 되돌릴 수 없게 파괴했다면 볼 수 없었을 봄날 풍경이다.

시민들이 다시 자유의 숨을 쉬고, 국민의힘 출마자들이 봄 잔치를 하는 일상이 가능한 것은 헌정 질서를 회복한 덕이다. 헌정 질서는 산소와 같아, 사라질 위기에 처해서야 그 중요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존재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집권을 못하더라도 제1야당이 된다. 민주주의에서 야당은 집권 세력 견제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민주당 계열 정권이든 국민의힘 계열 정권이든 집권 세력이 권력을 대하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같다. 권력을 분산하기보다 집중하려 하고, 제한하기보다 확장하려 하고, 자제하기보다 남용하려 한다.

이에 맞서 야당은 집권 세력의 비리·부패를 감시하고, 기본권 침해를 막으며 권력 균형을 이룬다. 야당은 감시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집권당을 대체할 잠재적 대안 세력이기도 하다. 야당이 집권당과 함께 국가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그 때문이다.

봄꽃이 지고 장미가 필 즈음 국민의힘은 야당 역할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야당 역할을 그럭저럭 해왔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건 섣부른 예단이다. 소수 야당이라서가 아니다. 소수 야당이라도 여론 지지를 배경으로 집권 세력 견제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석열·전광훈 같은 내란·극우 세력의 지지에 기반한 반동적인 정당으로 변했다. 그래서 윤석열 파면에 따라 치르는 대선인데도 윤석열 지지를 얻으려는 이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장면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같은 정당 지도자라도 특정 정책에 관한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란 지지와 반대 입장으로 조화를 이룬 키메라 정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정당이 내란을 저지한 집권세력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야당 역할을 할 정당한 이유도,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다.

정치는, 폭력으로 자원과 권력을 차지하던 인류가 폭력의 대안으로 창안해 낸 위대한 아이디어다. 인류는 이제 폭력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자원과 권력을 나눠 가진다. 미국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에 따르면, 국가는 정치를 통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는가를 결정한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 통용되는 게임의 규칙이다. 윤석열은 폭력을 동원해 자기에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권력을 차지하려 했고, 국민의힘은 그런 행위를 지지·옹호하면서 이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을 한다는 것은 처벌 아닌, 보상을 해주는 일이다. 쿠데타를 해도 최소한 제1야당이 보장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것은 한국 정당체계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대안이 됨으로써 보상-처벌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게 막고, 폭력을 정치 수단으로 삼는 위헌적 정당을 보호하는 잘못된 체계라는 것을 말해준다.

윤석열 파면 이후 부상한 개헌론도 이런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 개헌론은, 내란을 대결 정치의 잘못된 표출로 보고, 대통령 권력 분산으로 대결을 해소하려는 취지지만, 그것으로 대화가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 여소야대라는 분권 상태를 참지 못하고 권력 집중을 시도한 윤석열이 증인이다.

어느새 개헌론이 정치개혁 담론을 대표하면서 국민의힘 문제에 덜 주목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이제라도 진지하게 국민의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마침 오세훈은 한심한 당내 분위기에 절망해 출마를 접고, 유승민은 당이 반성할 줄 모른다면서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은 국민의힘을 대신할 새로운 보수정당을 세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민주당에도 새로운 보수정당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파트너로서 부적격이다. 착각하지 말자. 내란 이후 국민의힘은 내란 이전의 국민의힘과 전혀 다른 정당이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을 통해 집권했는데, 국정 운영이 불만스럽다고 해보자. 그때 우리의 선택지가 국민의힘뿐이라면, 얼마나 끔찍한가. 국민의힘은 사라져야 한다.

이대근 칼럼니스트

이대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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