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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담긴 자연주의 철학

입력 2025.04.14 21:24

수정 2025.04.1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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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현리 반송

상주 상현리 반송

옛사람들은 사람살이에서 당장 실현해야 할 가치를 흥미로운 이야기에 담아 삶의 철학을 구현했다. 우리의 오래된 나무에 전해오는 갖가지 전설들도 속내에는 당시 사람살이에서 꼭 필요한 가치를 담았다.

나무에 해코지를 하면 천벌을 받는다든가, 나무줄기에 천년 묵은 구렁이가 산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나라에 흉한 일이 벌어질 때면 나무가 울음소리를 낸다는 전설들이 모두 그렇다.

경북 상주 상현리 반송에 얽힌 전설에는 자연주의 철학이 또렷이 담겨 있다. 500년쯤 된 이 나무는 나무높이 16.5m로, 반송 가운데에는 큰 규모에 속한다. 게다가 동서 방향으로 24m, 남북으로는 25m까지 고르게 퍼진 나뭇가지가 이뤄낸 수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송이라 할 만큼 빼어나다.

이 나무에는 나뭇가지를 꺾으면 천벌을 받는다는 흔한 전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경고성 엄포’까지 담겼다. 즉 이 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잎을 따는 것은 물론이고, 바닥에 저절로 떨어진 잎을 주워 가기만 해도 천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3대에 이어지는 천벌이다.

얼핏 들어선 지나친 과장이라고 허수로이 젖혀놓을 수 있지만, 여기엔 소나무의 생태와 자연의 순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솔잎은 여느 나무의 낙엽과 마찬가지로 나무 아래에 오래 머물면서 썩어 스스로의 영양분이 된다. 솔잎은 금세 썩지 않는다. 좋은 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오래 놔두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장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당장의 쓰임새를 생각해 주워 가게 마련이다.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등장한 게 전설이었다. 자연주의 철학을 실천하려 애썼던 옛사람들은 나무의 거름이 될 솔잎을 지키기 위해 당시 가장 공포스러웠던 ‘천벌’을 들먹이는 전설을 지어낸 것이다. 그것도 3대에 이르는 후손에게까지 미치는 천벌이다.

‘천벌’만큼 두려울 게 없던 당시로서는 이보다 더 슬기로운 나무 보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옛사람들의 나무 보호법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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