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간송미술관이 최근 수리·복원에 성공한 가요곡집 <물새발자옥> 4쪽과 5쪽의 수리 전(왼쪽)과 후 모습.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지역 문화유산 복원 작업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해 10월부터 대구시 문화유산과가 소장 중인 아동문학가 윤복진 선생 관련 자료에 대한 수리·복원 작업을 벌였다. 이는 손상된 문화유산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처리해 원형에 가깝게 되돌리는 작업이다.
윤복진 선생의 유족이 2022년 대구시에 기증한 기록물 중 자료의 가치와 보존 상태에 따라 시급도 등을 고려해 동요곡집과 유품 등 14점에 대한 작업이 이뤄졌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이달 초 대구시에 인계됐다.
이번 작업은 대구간송미술관이 지난해 개관을 계기로 지역공헌 차원에서 진행한 수리·복원 협력 및 지원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수리·복원팀은 작업에 앞서 조사 및 분석을 진행하고, 자료별로 적합한 처리계획을 세웠다.
지류·회화 문화유산은 바탕재료가 종이나 직물인 문서·책·그림·서예 등을 의미한다. 특히 지류·회화 유산은 세월의 흐름 등에 의해 물리 및 화학적 손상 등이 일어나기 쉽다.
이번 복원 작업에서도 낱장 문서의 경우 오랜 기간 둘둘 말린 상태로 보관돼 전체적으로 변색과 산화, 꺾임과 찢김, 말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표면에 벌레 분비물 등으로 오염된 흔적이 많았다.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지난해 11월28일 ‘보이는 수리복원실’ 앞에서 일제강점기 근대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백경열 기자
특히 <물새발자옥>의 경우 앞표지와 내지 일부가 분리돼 있었고, <동요유희집>의 경우 앞표지와 뒤표지 상단부가 소실된 상태였다.
두 가요곡집은 일제강점기 동요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우리말과 얼을 이어가기 위한 이른바 ‘동요운동’의 자료이자 교사들을 위한 교재로 활용됐다. 우리나라 동요사를 재조명하는 자료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수리·복원팀은 정제수를 통한 습식클리닝으로 산성도를 낮췄다. 찢어지고 결손이 생긴 자료들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유사한 재료를 사용, 결손부를 메우고 주변부와 유사한 색으로 맞췄다.
또한 표지와 내지가 분리된 책은 전체를 해체해 찢어지고 지질이 약화된 부분은 보강한 후 원형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본했다.
수리·복원 과정을 통해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의 문화적 교류 흔적을 확인하는 등 새로운 정보도 확인됐다고 대구간송미술관 측은 전했다.
<물새발자옥> 복원 과정에서 근대화가 이인성과의 문화적 교류가 확인됐다. 또 자료 앞표지 안쪽에 부착돼 있던 가요곡집 광고지를 분리해 뒷면의 광고도 되살렸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이러한 수리 및 복원 과정들을 ‘보이는 수리복원실’을 통해 관람객에게 공개했다. 이를 통해 월북으로 잊혀진 지역 출신 아동문학가 윤복진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소개했다. 또 전쟁과 분단 속에서 보존된 자료와 수리·복원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관람객과 소통하는 기회가 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에 복원된 자료들은 윤복진 선생은 물론, 근대 대구에 거점을 두고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문화예술인에 대한 연구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미술관 등 지역 공공기관이 소장 중인 지류문화유산에 대한 수리·복원 협력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미술관측은 다음달 중 대구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인의 사연과 추억이 담긴 지류 소장품에 대한 수리복원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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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은 “이번 윤복진 관련 자료 수리·복원을 통해 지역의 문화유산과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간송미술관이 축적한 다양한 지류문화유산에 대한 수리·복원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영남권 지류문화유산 수리복원 허브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