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에 사용된 온누리상품권. 대구경찰청 제공
1000억원대의 온누리상품권 허위 매출 신고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전통시장 상인과 브로커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경찰청은 온누리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후 정상적인 경로로 사용한 것처럼 꾸며 국가보조금 약 62억원을 타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시장 상인 A씨(41·구속)와 B씨(41·불구속)를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또한 경찰은 같은 혐의로 브로커 역할을 한 상품권 업자 3명(불구속)도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 북구 한 전통시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A·B씨는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상품권 업자 3명에게서 외상 등으로 1300억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사들였다.
이후 가맹점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상품권인 것처럼 속여 금융기관에서 환전하는 방식으로 국가보조금 62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등에서 물품 등을 살 때 현금처럼 액면가대로 거래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정부의 간접보조금을 지원받아 발행하고, 소비자는 금융기관을 통해 액면금액의 5% 상당이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다.
이때 가맹점은 소비자에게서 상품 판매 등에 따라 받은 상품권을 금융기관에 제출하면 액면금액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가맹점 자격은 전통시장 내에 매장을 운영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얻을 수 있다.
가령 1만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소비자는 액면금액의 5%(500원)를 국가보조금으로 지원받아 9500원에 살 수 있다. 이후 해당 상품권을 금융기관에서 환전하면 가맹점주는 1만원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피해금을 환산하면 약 62억원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상인 A씨가 약 1200억원, B씨가 약 100억원의 온누리상품권을 실제 유통한 것처럼 금융기관을 속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는 약 57억2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B씨는 4억80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올렸다.
경찰은 당초 B씨가 A씨에게 브로커 1명을 소개시켜 줬으며, 이를 계기로 A씨도 본격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A씨는 상품권 업자 3명과, B씨는 업자 2명과 각각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
상품권 업자들은 온누리상품권을 넘기는 대가로 일정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수수료 규모는 피해 금액(62억원)의 20% 수준이다.
다만 경찰은 A씨와 B씨가 사전에 범행을 협의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전국 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권에 해당하는 업체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범행으로 가로챈 금액을 채무 변제와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에게서 범죄수익금 약 23억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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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해 11월 대구경찰청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과 상품권 판매업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일부 상품권 업자 사이에서 온누리상품권을 불법으로 유통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지역 다른 전통시장 상인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 중이다.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피해 규모는 물론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방식으로 발생한 범행 자체가 다른 지역에서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