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하버드, 트럼프에 맞선 최초의 대학 되다···미 정부 “보조금 3조원 동결”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하버드, 트럼프에 맞선 최초의 대학 되다···미 정부 “보조금 3조원 동결”

가버 총장 “정부 요구안 불법·위헌적···대학 독립성 포기 않을 것”

미 행정부 “명문대에 만연한 권리의식” 비난

대학들 환영 “하버드대가 정부 압력 거부 모범 보여줘”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를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를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학이 학교 운영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 조치를 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안을 불법적·위헌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자, 트럼프 정부가 하버드대에 22억달러(약 3조14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동결하겠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 사립대)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이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인 하버드대가 트럼프 정부의 요구안을 거부한 최초의 대학이 되면서, 다른 대학에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할지 주목된다.

미 정부 내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에 수년치 보조금 22억달러와 계약 6000만달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하버드대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태스크포스는 이날 보조금 동결을 발표하며 “하버드대의 오늘 성명은 우리 나라 최고 명문 대학에 만연한 문제인 권리 의식, 즉 연방 정부 투자를 받는 것에 시민법을 준수할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진 학습 차질,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은 용납할 수 없다며 명문대학이 납세자의 지원을 받으려면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동결 조치는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이날 교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지, 누구를 입학시키고 고용할 수 있는지, 어떤 연구와 탐구 분야를 추구할 수 있는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요구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가버 총장은 “대학은 독립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버드를 비롯한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 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야영지에서 한 학생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두른 하버드 대학의 초대 주요 후원자인 존 하버드 동상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야영지에서 한 학생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두른 하버드 대학의 초대 주요 후원자인 존 하버드 동상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확산 방치 등을 이유로 지난달 말 하버드대에 9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연방계약과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1일 서한을 보내 대학 운영 방식, 학생 선발 및 교수 채용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대에 모든 채용 데이터와 인종·출신국가·학점 등 입학 관련 모든 데이터를 정부에 제공할 것,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과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 정부가 ‘심각한 반유대주의 기록’이 있다고 지적한 학술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하고 외부 감사를 실시할 것, 모든 교수진에 대한 표절 검사를 실시할 것 등이다.

가버 총장은 이에 대해 “반유대주의를 건설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와 협력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일부는 반대유주의 근절을 목표로 하지만 대부분은 하버드의 ‘지적 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규제를 의미한다”고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요구안이 정부가 신입생 입학 방식에 개입하고 보수 활동가들이 교수진을 압박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총장이었던 클로딘 게이 전 총장도 ‘반대유대주의’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며 사임한 바 있다.

하버드대의 정부 요구안 거부에 대학 관계자들은 안도와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행정부의 연방자금 지원 중단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하버드대 법학교수이자 미국대학교수협회 하버드지부 사무국장 니컬러스 보위는 “가버 총장의 대응은 강탈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교육협의회 테드 미첼 회장은 “다른 대학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며 하버드의 대응이 “대학들이 어떻게 정부의 개입에 맞설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한다”고 NYT에 말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버드가 다른 고등교육 기관들에 모범을 보였다”며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서투른 시도를 거부하는 동시에, 하버드 학생들이 지적 탐구와 엄격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보조금을 수단으로 ‘대학 옥죄기’에 박차를 가했다. 학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와 반유대주의 확산을 이유로 컬럼비아대에 4억달러(약 5700억원) 규모의 연방계약 및 보조금을 취소한 데 이어, 펜실베이니아대에 대해서도 트랜스젠더 스포츠 정책을 문제 삼아 1억7500만달러(약 25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중단했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