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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다치면 징계?…철강산업 중대재해 “노동자 통제 강화로 해결 안돼”

입력 2025.04.15 18:30

지난 2월 폐기물 수조를 청소하던 노동자들 쓰러졌던 인천 현대제철 공장 시설. 인천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지난 2월 폐기물 수조를 청소하던 노동자들 쓰러졌던 인천 현대제철 공장 시설. 인천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일부 철강 기업들이 안전시스템을 개선하기보다 노동자의 행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은 노동자 개인의 안전수칙 준수를 강조하고 사고 발생시 노동자에 대한 징계나 처벌을 하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법 이후 통제적 안전실태와 문제’라는 주제로 철강산업 안전시스템 연구 발표회를 진행했다. 노조는 “철강 기업의 경영진들이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을 회피하고, 피해를 받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안전시스템의 근본적 개선 없이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현대제철 포항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쇳물을 받는 포트에 추락해 사망하는 등 철강산업 노동자들이 일하다 목숨을 잃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에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중대재해로 54명이 사망했고,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에도 8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2015년 SCR(Safety Core Rule, 10대 핵심 안전수칙) 제도를 도입했는데, 2022년 이후 SCR 위반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시 즉시 인사위원회에 상정되게 됐다. SCR 위반으로 ‘휴업’ 재해가 발생할 경우 징계 대상이 되는 등 안전수칙 위반과 징계와의 연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돼왔다.

지난해 3월 고로가스 예열 파이프 위치 조정작업을 마친 25세 인턴사원이 복귀 중 어지러움을 느끼며 넘어졌다. 회사는 해당 직원이 가스감지기를 착용하지 않아 보호구 미착용으로 SCR을 위반했다며 같은 팀 주임, 기술기사, 계장, 기장, 팀장 총 5명을 징계했다. 해당 직원은 ‘계약을 유지하면 징계를 받아야 하는데, 차라리 종료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계약 종료됐다. 가스감지기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닐 뿐더러 정확한 누출 경위나 양 등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이혜은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를 두고 “행동기반 안전, 재해자 과실론에 근거한 정책”이라며 “불안전한 행동이 있더라도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사업주의 의무가 실종돼 사고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SCR과 같은 노동자의 행동 기반 안전제도가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며 “사고의 진짜 원인을 가리고 산재를 은폐하는 동기로 작동한다”고 했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한 철강 노동자는 “회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작업절차 미준수 등 들이미는데, 이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며 “어떤 사고가 나든지 수백개의 매뉴얼을 뒤져서 반드시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이를 재해자의 책임으로 전가시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현장에서는 모든 산재 신청에 대해 조합원들이 위축되고, 다치면 산재하지 말고 휴가 써서 쉬라는 얘기가 현장에 퍼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러한 통제는 자회사, 사내하청으로 갈수록 더욱 강화됐다.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하청노동자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재발방지 대책으로 하청노동자의 행동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제가 ‘대책’으로 도입·강화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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