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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거부권에 ‘첫 삽’도 못 뜬 국민 투자자 방호벽 건설

  • 박동흠 회계사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3조6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13% 넘게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매년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였고 유럽 각국의 국방비 증액까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었는데 찬물을 확 끼얹은 셈이 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5년 순이익 추정치는 1조5517억원이다. 발행주식수 4558만1161주로 나누면 주당 순이익은 3만4043원이다.

유상증자를 해서 신주를 발행하면 발행주식수는 5153만1661주가 되기 때문에 주당 순이익은 3만112원으로 줄어든다. 즉 유상증자로 주식수가 많아지면 주주가치가 희석화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에 종속기업 포함 연결기준으로 11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1조7000억원이 넘는다.

3년 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도 4조3000억원이 넘는 데 반해 시설투자는 1조2000억원대에 불과해서 많은 돈을 남겨왔다. 이렇게 손익과 현금흐름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명확하다. 해외에서 수주를 하는데 높은 부채비율(부채/자본)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회사의 최근 3년간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2022년 287%, 2023년 317%였는데 2024년 다시 281%로 내려왔다. 만약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의 자본이 유입되면 부채비율은 214%까지 떨어진다. 회사는 2024년 3분기에 부채비율이 397%였는데 한화오션을 자회사로 편입해서 부채비율을 낮췄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는 부채비율이 높았던 2024년 방산 수출만 202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조6000억원대를 달성했을 정도라서 부채비율이 유상증자의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본시장은 회사가 지난 2월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주식 1조2000억원치를 매입한 사실에 더 주목한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이다.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한테 돈을 걷어서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주식을 사주는 거 아닌가’하는 얘기가 나온다.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고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로 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월8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보다 1조3000억원 줄인 2조3000억원으로 정정했다. 부족한 재원은 계열사의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진행하는 등 주주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당일 주가는 화답하지 않았다.

꼭 계열사 주식을 사와야 하는지, 유상증자 말고 다른 자본조달 대안은 없는 것인지 등 주주들 입장에서는 회사에 따져보고 싶은 것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주주를 위해 회사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자는 상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열망이 컸다. 금융감독원장이 직까지 걸어서 통과가 기대됐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기대는 무참히 깨져버렸다. 언제든지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진행될 수 있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마땅한 장치가 없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각자 도생해야 할 것 같다.

높은 환율과 관세로 인해 가뜩이나 외국자본의 탈출 러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는 국민들이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야심차게 추진했던 밸류업 정책은 그저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처럼 보일 뿐이다.

박동흠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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