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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모인 ‘세월호 세대’···“우리의 세계관은 세월호로 연결된다”

4.16연대 청년 책 모임 ‘세계관’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사무실에서 책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현아, 강가라연, 박수철씨. 서성일 선임기자

4.16연대 청년 책 모임 ‘세계관’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사무실에서 책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현아, 강가라연, 박수철씨. 서성일 선임기자

‘윤석열 파면’을 외쳤던 광장은 ‘세월호 세대’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이들은 11년 전인 2014년 4월16일 수백 개의 생명이 스러지는 것을 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울었다. 이후 청년들은 생명·민주주의·공동체와 같은 단어들을 세월호 참사와 연결해 이해했고 광장과 연대, 양심 따위를 자신의 삶에 자연스레 녹여갔다. 결국 세월호는 공동체에 대한 기억이자 자신에 대한 기억이 됐다. 4·16연대 청년 활동가들은 ‘세월호 세대’의 기억을 ‘책 모임’을 통해 모으고자 했다.

4·16연대 청년책모임 ‘세계관’은 올해 3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책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최태현 저)와 <아무튼, 데모>(정보라 저)를 읽으며 모임을 진행해왔다. 첫 주제는 ‘세월호와 민주주의’로 12·3 비상계엄 사태 전에 정해놓았다. 류현아씨(32)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접근 방식 등을 먼저 얘기해보고 싶어서 민주주의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사무실에서 책 모임을 꾸리는 활동가 류씨와 강가라연씨(28), 박수철씨(31)를 만났다.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참사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에서 선상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유가족이 메시지를 적은 노란 리본이 선상 위에 놓여 있다. 한수빈 기자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참사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에서 선상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유가족이 메시지를 적은 노란 리본이 선상 위에 놓여 있다. 한수빈 기자

매주 책 모임엔 7명 정도 참여한다. 지난 한 달간 참여자들은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집회 참석과 연결해 설명했다. 박씨는 “국가폭력에 대한 기억을 세월호 참사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내란 사태라는 새로운 국가폭력이 일어났을 때 세월호 참사 때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광장으로) 나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자칭 ‘집회 고수’들을 비롯해 장애 인권 활동가,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이들이 “세월호 감각”을 바탕으로 1~2시간씩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참사 현장이나 집회 등에 함께 하길 머뭇거리던 이들도 이번 책 모임을 통해 연대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세계관’이 선정한 책에 나오는 ‘민주주의의 역설’이나 ‘부패한 권력’의 가장 적확한 예시가 됐다. 참여자들은 “책 내용을 현장학습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서로 웃기도 했다. 강씨는 “활동가로서는 모든 재난 피해자들의 권리를 옹호해주고 책임자 처벌을 해줄 ‘철인왕’이 나타나길 바랄 때도 있었다”며 “평등한 지도자가 아닌 모든 걸 다 해줄 정부와 리더를 원하는 모순된 마음이 결국 나쁜 리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결국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철인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일궈가는 것”이라고 했다.

부패한 권력 아래서 “마음도 부패해 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대표적 예시가 세월호였다. 류씨는 “해경 지휘부의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하위에 있는 해경들이 어떻게 행동했을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며 “책임과 희생을 회피한 지휘부 아래서 침몰만을 지켜봐야 했던 일선의 공무원이나 해경들은 마음으로 죽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관’이 논의한 민주주의는 결국 세월호가 앞으로 어떤 기억이 돼야 할지를 가리켰다. 광장에 나왔던 “가만히 있지 않기로 한 세월호 세대”들은 세월호를 과거의 참사 경험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미래와 연결했다. 강씨는 “결국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돼야 생명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며 “수많은 반민주주의적인 역사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참 많은 것을 생각하면 세월호 11주기인 지금은 시작 단계일 수도 있겠다”고 했다.

류씨도 “책임자 처벌 외에도 책임 규명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사회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서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책임을 정리하는 방식”이라며 “왜 그 당시 국가가 없었다고 기억하는지 등 서사를 만들어야 앞으로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희생자들이 경험했던 ‘세월호’를 듣기 위해서는 304년이 걸릴 거예요. 지금까지는 구체적 사실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었고, 이제부터는 책임을 물을 서사를 만들어가야 할 시간입니다.” 류씨가 말했다. ‘세계관’은 이번 주제를 마무리한 후 ‘세월호와 재난참사’ ‘세월호와 신자유주의’ 등을 주제로 한 책 모임을 이어갈 예정이다.

‘세계관’은 경향신문 독자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읽기 좋은 책 세 권을 추천했다.
1. 존 머터의 <재난 불평등>
2. 주디스 버틀러의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
“‘애도 불가능성’과 ‘애도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책”
3.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내가 참사의 제3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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