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지난해 12월14일 JTBC가 방영한 <내란, 12일 간의 기록>의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JTBC 갈무리
지난 1월19일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건을 촬영하다가 특수건조물 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다큐멘터리 감독이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 공소 취소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 나머지 피고인들과 변론을 분리해달라고도 했다. 극우세력에 의한 2차 피해와 방어권 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우현)는 16일 오전 11시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윤석 감독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정 감독 측은 검찰 측의 공소 사실이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 감독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보면 오전 3시쯤 진입이라고 명시되었는데 피고인이 법원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3시43분쯤”이라며 “후문 진입은 오전 5시 이후이기 때문에 공소장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정 감독의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의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 변호인은 “촬영 행위를 범죄로 보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 측의) 독자적 주장으로 공소 취소 계획이 없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또 공소 취소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 나머지 피고인들과 정 감독의 변론을 분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프락치’ ‘좌파 빨갱이’라며 신상이 커뮤니티에 도배되면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다른 피고인이 재판 자료를 열람하면 피고인(정 감독)의 방어권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 감독과 함께 기소된 보수 성향 유튜버가 온라인에 정 감독의 신상을 공개했다.
정 감독은 지난 2월10일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건의 다른 피고인 62명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정 감독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이태원 참사 등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 12월4일 계엄 해제 당일부터 3개월간 국회의 협조를 받아 1·2차 탄핵안 국회 본회의 투표를 촬영하고, 이후 서울 여의도·광화문·한남동 탄핵 찬반 집회, 국가인권위원회를 촬영했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약칭 21조넷)는 16일 “이번 기소가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예술가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며 무죄 촉구 탄원서를 서부지법에 제출했다. 해당 탄원서에는 1만1831명이 연대 서명을 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도 총 51개 단체와 영화인 및 시민 2781명이 연명한 탄원서를 서울서부지법에 제출했다.